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았는지를 검증하는 현장검증이 29일 충남 부여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금품을 주고받은 장소로 지목된 선거사무소의 구조를 파악하고 증인 진술의 신빙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날 현장검증에 이 전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고,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였던 금모(35)씨와 운전기사 여모(42)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현장검증에 앞서 선거사무소 내부 구조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테이블과 소파 배치 등을 놓고 양측이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검찰은 "내부 구조가 당시와 다른 것은 물론 선거가 끝난 뒤 창고로 사용하던 것을 유사하게 만들어 놓고 현장검증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졌다.

반면 변호인은 "방송 화면을 캡처해 당시와 비슷하게 만들었다"며 "수행비서 금씨가 성 전 회장에게 쇼핑백을 건넸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서 양측은 금씨 진술의 신빙성을 놓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변호인은 "수행비서 금씨가 3천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전달했다고 한 날은 선거사무소에 도의원과 군의원, 언론사 기자는 물론 이 전 총리와 공천 경쟁을 했던 인물도 있었다"며 금품수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성 전 회장은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며 "금품수수 사실이 알려지면 성 전 회장은 물론 이 전 총리도 큰 문제가 생기는데 돈을 주고 받았겠느냐"고 따졌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은 당시 선거사무소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증인은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변호인은 또 당시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고 하는데 증인의 주장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공천 경쟁자가 선거사무소에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다툴 문제지 현장검증과는 무관하다"며 "선거사무소 내부에 설치된 후보자 사무실에는 별도의 출입문이 있어서 금품수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전 총리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시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한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금품 전달이 사실이라고 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여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