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제주시가 사무실 상습도박, 업무상 배임 등의 범죄·비위 공무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공무원 범죄·비위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징계를 요구한 대상자 중 8명이 징계양정 감경기준에 맞지 않게 감경 처분됐다고 29일 밝혔다.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과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에 따른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도와 시가 도인사위원회의 감경 의결 결과를 통보받고 나서 재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제주도 소속 A공무원은 2012년 10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신의 집과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총 604회에 걸쳐 2억5천641만8천원 상당의 스포츠토토 등 도박을 했다.

A씨는 3개월 뒤 법원으로부터 상습도박죄로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감사위는 이 공무원에 대해 공무원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인사위는 "대출받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고, 타인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지른 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점을 참작했다"며 감봉 1월로 경징계했다.

행정시인 제주시의 B공무원은 오랫동안 제기돼 온 민원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서류를 위조해 보조사업비 1억5000만원을 현금화해 관련 주민 40여명에게 균등배분했다.

B씨는 제주도에 1억5천만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2014년 11월 법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죄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인사위는 그러나 "장기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서 보조사업비를 대체적 보상방안으로 교부했고, 개인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인 부분이 있었다.

보조금 회수를 위해 노력한 결과 7천100만원을 되돌려받았고, 계속 회수하고 있다는 점을 정상 참작했다"며 감봉 1월로 의결했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제주시 공무원 4명에 대해서도 감봉 1월에 처했다.

옛 동료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한 공무원 C씨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했지만 인사위는 "강제추행보다 옛 여자친구와 단순한 애정싸움이 발단이 된 사항이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불문경고에 의결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위 관계자는 "도지사 훈격 이상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거나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정될 때에 한해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으나 이들은 '표창 감경' 대상이 아니다"며 "징계를 감경하려면 기본적으로 재심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사위는 이에 도지사와 제주시장에게 징계처분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관련 부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라고 요구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