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홍 대표 "'열정과 희생' 4·19정신으로 미술사업 했죠"
“4·19 정신처럼 미술 사업도 자기 희생이 필요합니다. 때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화랑에 갇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가의 열정을 홍보하거든요. 비록 외로운 사업이지만 관람객이 전시장의 그림을 보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갤러리스트의 길을 계속 갈 겁니다.”

송태홍 동호갤러리 대표(75·사진)는 미술계에서 드문 4·19 유공자다. 지난 19일 4·19 자유평화상조직위원회로부터 ‘자유평화공헌대상’을 받기도 했다. 전남대 농학과를 졸업한 송 대표는 대학시절 4·19혁명에 앞장서다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1980년부터 4·19 선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매년 4월18일 전직 대통령, 정치인, 종교인 등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4·19혁명 국가조찬기도회’를 개최한 공로를 인정받아 역대 대통령으로부터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받은 표창장이 그의 사무실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 오랜 기간 작가로 활동한 그는 사진동호회 뉴-포토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갤러리스트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송 대표지만 미술계 입문은 남들보다 훨씬 늦었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서양미술과 음악을 접해 자연스럽게 그림을 사랑하게 됐다. 정작 대학은 부모님의 권유로 농대로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30년간 농협중앙회에서 일했다. 대신 그는 컬렉션에 열정을 쏟았다. “김환기 화백 그림이 1호에 10만원할 때 8호짜리(장미꽃)를 1000만원에 사서 걸어놓고 좋아했죠. 주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사는 친구들이 이상하게 봤지만 저는 그림이 좋았거든요.”

그가 미술과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1990년대 초다. 농협을 퇴직하고 인사동에 들렀는데 느낌이 왔다고 한다.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인사동 분위기와 ‘코드’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 느낌이 1995년 인사동에서 화랑 사업을 시작하도록 이끌었다. 미대에 갓 입학한 딸이 “아버지 화랑하세요. 문화 사업이잖아요”라며 적극 밀어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송 대표는 지난 22년간 위기와 좌절을 겪으면서 무려 100회의 전시회를 기획했고, 작고 작가 손상기와 이종구 이태길 임군우 도윤희 박일용 화백 등 50여명의 걸출한 국내 작가를 소개했다. 1996년부터 지속적으로 ‘4·19혁명 기념 미술전’을 열고, 3·1운동 80주년을 기념해 ‘3·1 정신, 그날처럼 하나되어’를 개최하는 등 미술을 통한 애국심 고취 운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칠순이 넘었지만 그는 동호갤러리를 10년 내 국내 굴지의 화랑으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4·19 혁명으로 나라를 바로잡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미술사업으로 나라를 살찌우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그는 “21세기는 문화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는 시대이니 미술 사업도 나라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술 사업을 해나가겠다”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