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디니 "아파트 색 다양해지면 한국인 더 명랑해질 것"
“한국의 아파트는 중국, 일본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죠. 하지만 내부에는 고유의 문화를 담고 있더라고요.”

2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포스코E&C타워에서 만난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84·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포스코건설이 개최한 ‘더샵 디자인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 회사와 새로운 아파트 외관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내한했다.

멘디니는 이탈리아 건축가 겸 디자이너로 밀라노 폴리트크니코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 건축물로 꼽히는 네덜란드 그로닝겐의 ‘그로닝거 미술관’이 그의 대표작이다. 까르띠에, 스와치, 스와로브스키, 삼성전자, 한샘, 롯데카드 등 국내외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감성적인 꽃병과 의자, 조명 등을 디자인했다. 포스코건설과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파트 외관 색채, 유치원과 로비 등 공용시설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멘디니는 “일본의 아파트가 거대한 스튜디오처럼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면 한국은 부엌을 집 깊숙이 배치하는 점, 방과 거실의 관계가 보다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점, 마치 작은 정원처럼 발코니 등 일부 공간에 화초를 키우는 점 등이 전통 한옥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중·일 아파트가 매우 정형화된 틀을 유지한 채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한국을 30회 이상 방문했지만 아파트는 대체로 달라진 게 없다”며 “색상도 차갑고 우울하다고 느끼는 회색 일변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한국 아파트 문화가 도시의 좁은 땅을 활용하고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오랫동안 굳어져 왔다고 말했다. 멘디니는 “그래도 각 아파트 단지와 집 내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않으냐”며 “좀 더 개성 넘치는 공간, 다채로운 색감을 불러온다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덜 진지해지고 명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건축물은 무엇일까. 그는 “한옥 궁 등 전통 건축물을 제외하면 63빌딩이 매우 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일출이나 일몰에 따라 1년 365일 건물 외관이 변하는 마법의 금빛인 데다 형태 면에서도 위로 상승하는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유독 몇몇 색상만을 선호하는 데 대해서는 “길거리에서 만난 한국 여성의 옷 색상은 채 몇 가지가 되지 않는데도 굉장히 우아하다”며 “남성은 비슷한데 차이점은 우아하지도 않다는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