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법조브로커를 동원해 현직 부장판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법조 비리’ 의혹보다는 브로커 역할을 한 정 대표 지인 이모씨의 별건 개인 비리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호 로비 의혹 '눈덩이'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말 정 대표의 필리핀 원정 도박 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임모 부장판사를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정 대표 사건을 언급하며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 법원 측은 임 부장판사가 정 대표 항소심이 자신에게 배당된 사실을 모르고 식사자리에 참석했고, 다음날 바로 다른 재판부로 사건을 보냈다고 해명했지만 브로커와 식사를 한 것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대표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뀐 지난달에도 새로 사건을 맡은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로비를 시도했다. 정 대표의 지인 A씨는 지난달 말 자신이 알고 지내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정 대표 항소심을 새로 맡게 된 장모 부장판사와 친분이 있으니 선처를 부탁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판사는 “그런 부탁을 받긴 했지만 곧바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달 초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정 대표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검사장 출신 변호사를 동원해 무혐의 처분을 끌어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말 필리핀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되기 전인 2014년에도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정 대표의 변호인단에는 검사장을 지낸 H변호사가 포함돼 있었다. 검찰 구형량이 징역 3년(1심)에서 징역 2년6개월(항소심)로 낮아진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같은 의혹보다는 브로커 역할을 한 정 대표의 지인 이씨의 개인 비리만 수사 중이다. 이씨는 정 대표 사건과 별도로 브로커 역할을 하며 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가수의 동생에게서 3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관련 수사는 정 대표가 받고 있는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며 “(제기되고 있는 법조 비리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지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자취를 감췄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