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폐원어린이집 23곳 체납·현물반납가능 지침개정 건의

"정부에서 강제로 어린이집에 CCTV를 달게 해놓게 하고서는 망해서 문을 닫는 원장들에게 설치비를 현금으로 토해내라고 하는데…이럴 수가 있습니까?"
경기도 부천시 보육아동과는 올해 들어 경영 어려움으로 폐원하는 관내 어린이집 원장들로부터 이런 민원성 항의를 자주 받았다.

부천시 관계자는 "국비를 지원받아 CCTV를 설치한 어린이집 가운데 운영이 잘 안 돼서 문을 닫는 곳이 많은데, 규정상 CCTV 설치 지원금을 현금으로 반환하도록 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면서 "망해서 나가는 사람에게 돈으로만 갚으라는 것을 무척 섭섭해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폐원에 따른 CCTV 설치비 반납과 관련해 원장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1만 2천634개 어린이집 가운데 7천180개소에 CCTV가 설치됐다.

지난해 1월 '인천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을 계기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지난해 12월부터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영유아의 주요 활동공간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어린이집에는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관된다.

이에 따라 이미 설치했거나 부모 등 아동보호자들이 설치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5천454개 어린이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됐다.

어린이집 한 곳당 5대를 설치할 경우 130만원 가량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80%를 국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20%는 어린이집이 부담한다.

문제는 설치시에는 어린이집 부담이 적지만, 폐원시에는 지원받은 예산만큼을 반드시 현금으로 반납하도록 한데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는 어린이집 폐원시 CCTV 설치비 등 지원금은 내구연수 3년을 기준으로 감가상각해 현금으로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경영난 등을 이유로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현금 반납에 대한 불만을 시군에 제기하면서 체납하는 사레가 발생하고 있다.

부천시 A가정어린이집의 경우 11년째 운영하던 어린이집이 원생모집이 어려워 운영난을 겪자 올 2월 말 폐원신고서를 제출하고 3월 초 폐원했다.

이곳에는 총 4대의 CCTV가 설치돼 폐원시 국비 보조금 103만원을 반납해야 하지만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CCTV가 설치된 도내 어린이집 102곳이 폐원했는데 60곳은 현금으로 CCTV설치비 지원금을 반납했지만, 23개소는 아예 납부하지 않고 있다.

19곳의 어린이집은 현금반납을 거부한채 사용하던 CCTV 모니터와 저장장치, 카메라를 떼어와 시군에 반납하기도 했다.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어린이집은 현금반납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때문에 돈으로 내지 않고 CCTV를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시군의 판단이다.

경기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금 뿐 아니라 현물로도 CCTV를 반납받아 미설치 어린이집이나 증·개축한 어린이집, 아동복리시설 및 노인복지시설 등에 넘겨 재활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에 최근 건의했다.

이에 복지부가 일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의견조회를 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시군에서 돌려받은 CCTV를 보관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처치곤란인 곳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일단 반납한 CCTV는 농가에 기증해 농작물 절도범 예방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여러가지 활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