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10월부터 노조를 경영에 참여시키는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를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하기로 했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제민주화 정착’을 내세우며 근로자이사제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본지 3월29일자 A31면 참조

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016’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독일 등 유럽 18개 선진국이 최고의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근로자이사제에 있다”며 “대한민국 경영의 패러다임과 함께 경영자들의 관점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달 초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운영·관리)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통합공사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통합공사 이사회에 비상임 노동이사 두 명이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통합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통합공사 대신 다른 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공기업에서 근로자를 경영주체로 인정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서울시의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은 고도성장을 달성한 1960년대 전후 법적으로 근로자이사제를 보장했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해진 1990년대 이후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자 하르츠개혁을 통해 근로자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이사제는 지배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7월부터 민간위탁기관에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올해 시간당 7145원)을 적용할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