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촌지역 분만 산부인과 '0'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는 전북 농산어촌이 출산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출산과 산후조리를 위해 상당수 임산부가 인근 도시에 한 달가량 방을 얻어 '원정 출산'에 나서는 등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고창군 등 도내 8개 전체 군(郡) 지역 가운데 분만실을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임산부가 제왕절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에 가려면 평균 24.5㎞를 이동해야 한다.

전주시와 익산시, 군산시 등 6개 시(市) 지역의 임산부가 평균 5㎞ 걸리는 것보다 5배 이상 멀리 가야 하는 셈이다.

또 임산부의 출산 전후 간단한 진료 등을 위해 운영하는 외래 산부인과도 고창군과 부안군(각 2곳)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역에는 1곳씩에 불과하다.

외래 산부인과가 1곳씩인 이들 지역의 산부인과 전문의도 당연히 1명씩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임산부는 출산 전후 분만실 산부인과 인근에 단기 월세방을 얻거나 친인·인척의 집을 전전하고 있다.

최근 출산한 김모(진안군)씨는 "초음파 등 다양한 진료와 제왕절개 수술, 산후조리 등을 위해 출산 예정 3주 전부터 주기적으로 다니는 전주의 산부인과 근처에 원룸을 얻어 생활했다.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 분만과 출산 전후가 연계되지 않는 농촌의 현실을 지적했다.

전북도는 1시간 이내에 분만 가능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이들 지역 임산부의 출산을 돕고자 도시까지 오가는 교통비(1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천700명가량이 이 혜택을 봤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전주(66%) 등 도내 도시에서, 20% 이상은 대전광역시나 광주광역시 등 전북 외 지역에서 '원정 출산'을 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민간 병원이 24시간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갖춘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마취과, 소아과, 산부인과 전문의를 비롯한 당직 의사 등 최소 5명의 의사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간호사와 조리 관련 인력 등 총 15명 안팎이 필요해 출산 빈도가 높지 않은 농산어촌에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산부인과 설립을 꺼린다.

이 때문에 농산어촌 의료 보험의 분만 수가 인상 등 공공의료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걱정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농촌 출산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나 지자체가 출산 전후를 연계하는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