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에 2014년 준공된 지능형 자동차 주행시험장.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연구 테스트베드로 활용도가 높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제공
대구 달성군에 2014년 준공된 지능형 자동차 주행시험장.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연구 테스트베드로 활용도가 높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제공
대구시가 물·의료·사물인터넷(IoT)·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전략을 광범위하게 펼치고 나섰다. 테스트베드는 원래 휴대폰의 통신기술에 대한 시험무대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테스트베드 개념이 물산업,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의료산업, IoT산업, 문화산업 등 신산업 전반에 확장되고 있다. 테스트베드는 개발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시험검증을 위해 실제 환경과 비슷하게 구축된 시험공간으로 기술과 제품 상용화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요즘은 문화 예술계에서 새로운 작품의 반응도를 알아보기 위해 시험적으로 무대에 올려보는 행위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왜 테스트베드인가

물·의료·IoT·전기차…대구 전역이 '新산업 테스트베드' 로 탈바꿈
테스트베드 전략이 갑자기 부상한 것은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바뀐 데 있다. 장재호 대구경북연구원 본부장은 “한국이 수출지향적이어서 과거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외국 기업이 개발한 기술대로 상품만 빨리, 잘 만들어주면 됐지만 이제는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 시대가 됐다”며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신기술 개발, 기술과 서비스의 인증과 검증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한국은 생산기지나 단지가 울산 포항 구미 대구 등 남부지역에 많은 반면 인증기관이 주로 수도권에 있었기 때문에 기술력이 좋은 남부권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인증 검증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대구가 다양한 테스트베드를 마련해 신산업 육성에 나선 것은 기업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테스트베드 개념, 지역 도시 전체로 확장

테스트베드 전략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등 특정 지역과 대구에 적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자율주행차 기술연구 및 시험, 에너지자족도시 및 마이크로 그리드 테스트와 연구개발, 스마트상수도 기술 등을 이런 특정 지역에 적용할 계획이다.

구글이 자율주행차 기술 시험과 적용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 오스틴을 중심으로 실험주행하거나 무인택시 서비스를 위해 대학 캠퍼스 및 군사기지 산업단지 등 제한된 구역을 테스트베드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차, 분산형 에너지(마이크로그리드), IoT기술 및 산업 등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대구시가 테스트베드의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대구의 테스트베드를 활용한 개방형 혁신

대구의 테스트베드 전략은 권영진 대구시장의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공식화됐다. 대구환경공단의 시설 개방과 물기업 육성, 해외 진출이 성공사례로 보도되자 대구의 모든 공기업과 산하기관에 시설을 개방해 도약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을 주문했다. 개방뿐만 아니라 기업이 개발한 좋은 기술을 실제로 사주라고 지시했다. 기업을 위해 수출을 지원하고 판로를 확보해주자 결과는 대구로의 기업 이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물클러스터에는 서울과 충청권의 우수 기업이 입주를 신청하고 있다.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업의 기술 개발과 판로를 지원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