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싱에 진출한 대구 물기업 우진의 주윤식 사장이 중국을 방문해 위즈훙 샤오싱 시장과 협력을 맺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샤오싱 수처리시설에 들어간 교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중국 샤오싱에 진출한 대구 물기업 우진의 주윤식 사장이 중국을 방문해 위즈훙 샤오싱 시장과 협력을 맺은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샤오싱 수처리시설에 들어간 교반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의 테스트베드 전략은 물산업에서 가장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

대구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대구환경공단은 2008년부터 하수처리시설과 소각장을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전면 개방해 신기술을 키우고 해외 진출까지 성사시켰다. 그동안 기업과 함께 20건의 특허와 1건의 실용신안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4건은 특허를 기업에 이전해 특허 사용 수익까지 확보하고 있다. 전국 환경관리공단 가운데 가장 탁월한 실적이다.

지난해 말 공단은 한국 기업인 엔바이오컨서와 함께 중국의 환보과기공업원, 중국 기업과 4자 간 합자회사를 설립해 100조원으로 추산되는 중국 물시장에 진출했다. 대구시와 공단은 엔바이오컨서 외에도 우진 등 여러 물기업의 중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도 문산 매곡정수장 등 정수시설을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개방해 기업을 키우고 있다. 상수도본부는 2014년부터 경기 성남시의 물 관련 기업인 파오와 공동으로 오존정수처리공법 개발에 나서 지난달 2일 환경부에서 신기술 인증과 기술 검증을 받았다. 기존의 정수처리 공정으로는 제거가 어려운 조류 및 미량유해물질의 제거 효율을 향상시키고 소독 부산물을 줄이는 공법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캐나다 정부기관(GLOBE 퍼포먼스 솔루션)과 국제 환경기술 인·검증을 진행 중이다.

대구시는 국가물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다양한 물산업 기술을 테스트해 신기술 인증과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건설한다. 대구시는 국가물클러스터 안에 테스트베드를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구의 정수장, 하수처리장, 신천 등을 실(實)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계획을 세웠다. 특정 목적의 시설뿐만 아니라 실제 하천까지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이다. 김문수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이번에 획득한 환경신기술 오존처리공법은 상수도본부가 민관 공동으로 개발한 첫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대구환경공단이 하수처리시설을 운영하는 데 드는 한 해 예산은 900여억원. 문제 없이 시설만 잘 운영하면 되는 공기업이지만 기업 연구를 위해 시설을 내준 것이다. 윤용문 대구환경공단 이사장은 “대구뿐만 아니라 공기업이 이런 접근을 통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면 공기업 분야별로 기업 육성과 수출 지원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신기술로 인정받으면 판로가 확보된다. 엄정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신기술 인증제품은 환경 관련 기관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사용해야 한다. 해외 진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이 해외에서도 적용 가능한지 테스트베드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해외 테스트 전에 국내 공신력 있는 기관의 테스트와 인·검증은 필수적인 요소다.

신경섭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대구 국가물클러스터는 국내용이 아니다”며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수출단지로 추진하는 곳이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만을 선별해 유치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테스트베드에서 연구하도록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의 상하수도 시설과 하천 등에서 테스트해 기업이 해외 진출의 전제조건인 신뢰성 있는 실적(트랙 레코드)을 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만 보면 기술을 개발해도 충분한 수요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건설하는 단지(클러스터)가 국가물클러스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9월 대표적 물산업클러스터 성공 도시인 밀워키시와 물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권 시장은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물, 전기차, 사물인터넷(IoT)산업 분야 협력을 위한 포괄적 MOU도 맺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