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이사가 27일 새벽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흡입독성' 경고 불구 출시 정황…옥시 연구소장 등 조사 예정

가습기 살균제를 충분한 검증 없이 출시해 집단 사망 사건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 전 대표가 고강도 조사를 받고 27일 귀가했다.

전날 오전 9시40분께 검찰에 출석한 신 전 대표는 17시간 정도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전 2시40분께 조사실을 나왔다.

신 전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검증을 제대로 했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질문이 이어지자 "피곤하고 목이 안 좋아서 말이 안 나온다.

죄송하다"면서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신 전 대표는 문제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제품명: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가 출시된 2001년 옥시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였다.

당시 제품 개발·제조의 실무 책임자였던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도 신 전 대표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PHMG 성분을 넣은 제품을 제조·판매한 경위를 캐묻고 제품 유해성을 사전에 알았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신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하며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옥시 측이 제품 출시 전에 인체에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예견하고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단서를 확보한 상태다.

옥시 측은 해외 저명 학자로부터 PHMG의 흡입 독성을 경고하는 메일을 받았고, 독일 유명 화학회사의 부설연구소 소속 교수로부터는 가습기 세정제 성분의 흡입 독성에 대한 경고를 듣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주의사항을 간과한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날 소환했던 전 선임연구원 최씨를 이날 재소환한다.

또 옥시 현 연구소장 조모씨와 PHMG 원료 도매업체인 CDI 대표 이모씨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조씨는 제품 최초 개발·제조 과정에 참여했으며 CDI는 SK케미칼에서 PHMG 원료를 사들이고 나서 옥시 측에 공급한 중간상이다.

검찰은 이날 귀가한 신 전 대표의 추가 조사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사건 관여도나 그동안 드러난 옥시 측의 여러 증거인멸 행태 등에 비춰 신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