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교육부, 로스쿨 입학전형 규제 땐 설립 취지 흔들려"
“로스쿨은 각자 다양한 기준을 갖고 학생을 뽑은 뒤 5~10년 이후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평가받습니다. 교육부가 일부 로스쿨 문제를 두고 전체로 확대해 입학 전형에 간섭하면 오히려 로스쿨 설립 취지만 흔들릴 뿐이죠.”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대표하는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화여대 로스쿨 원장·사진)은 26일 기자와 만나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가 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강한 불만을 내보였다. 지난 3월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지원을 받아 쓴 책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 부정입학 논란에 붙을 붙였다. 일부 학생이 법조인 부모 직업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로스쿨 입학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이었다. 이후 교육부가 전국 25개 로스쿨을 전수조사하고 나서자 논란은 로스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퍼졌다.

오 이사장은 “단순히 부모의 직업을 자기소개서에 적었다는 사실 자체로 불공정한 입학 사례라고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부모 직업 기재는 그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태도로 살았는지 보기 위한 항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 이사장은 로스쿨 문제를 사법시험 존치 문제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도 경계했다. 그는 “비리가 적발되면 엄히 책임을 묻고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지 대다수 로스쿨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며 “사시 존치로 논의를 확대하려는 억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이번주 안으로 25개 로스쿨의 입학 비리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부정 입학 사례가 드러나면 교육부가 로스쿨 입학 과정에 개입해 정량(영어·학점·LEET)평가를 강화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정성(자기소개서·면접)평가 비중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25개 로스쿨은 각자 다른 기준으로 학생을 뽑았다.

오 이사장은 교육부의 개입 움직임을 두고 “숫자로만 공정한 ‘표면적 공정성’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은 ‘시험 고수들’의 나라여서 정량평가를 강화하는 동시에 모든 준비생이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딱 맞춰 시험을 준비할 것”이라며 “결국 사법시험처럼 다양성이 없는 균질한 학생을 뽑게 돼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량평가를 강화하면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지 않고, 정성평가를 강화하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로스쿨과 교육부가 맞닥뜨린 딜레마다. 오 이사장은 ‘시장’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는 “25개 로스쿨이 각자 기준을 갖고 학생을 뽑으면 그 결과는 5~10년 뒤 법조 시장에서 알 수 있다”며 “로스쿨끼리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해야지 정부가 개입해 기준을 정해주면 결국 ‘25개 국민 로스쿨’을 만드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