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광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손저림 현상을 보이는 말초신경 질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김재광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손저림 현상을 보이는 말초신경 질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말초신경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심한 저림을 호소하는 말초신경 질환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질환을 방치하다 늦게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 한 번에 원인을 알아내지 못해 여러 병원을 오가는 환자도 흔하다.

이대목동병원 말초신경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재광 교수는 손목과 팔꿈치 골절, 말초신경 질환 등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수술 등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젊은 명의로 꼽힌다. 올 1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신경전이술을 익히고 돌아왔다.

신경전이술은 정상 신경을 활용해 문제가 생긴 신경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힘줄을 옮기는 수술법보다 어렵고 정교하지만 흉터가 적고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교수를 통해 말초신경 질환의 특징과 원인, 치료법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말초신경이란 무엇인가.

“전화선처럼 뇌나 척수에서부터 몸으로 정보를 운반하는 조직이다. 척추 바깥에서부터 손이나 다리로 뻗어 나가는 신경 부분이다. 손과 다리의 감각을 느끼는 감각신경과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으로 구성돼 있다.”

▷어떤 증상일 때 말초신경 질환으로 의심할 수 있나.

“증상이 주로 손과 발에서 시작한다. 감각 이상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손이나 발이 저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 시린 느낌, 타는 듯한 느낌 등이 대표적이다.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을 심하게 느끼거나 일부 환자는 감각을 아예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운동신경에도 영향을 줘 근력이 약해지고 근육이 줄어드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척추 질환이 있어도 손 저림 증상이 생기는데.

“어느 부분에 손 저림 증상이 심한지에 따라 질환을 구분할 수 있다. 말초신경이 눌려 문제가 생기면 손바닥 쪽에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척추 질환이 있으면 손등 쪽에 저림 증상을 호소한다. 이외에도 밤에 잠을 자다가 손이 저려서 깬다거나 찬물에 넣었을 때 손이 시린 증상이 심하다면 말초신경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으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는 찬물에 손을 넣으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근전도 검사와 신경전이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팔에 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새로운 수술법을 도입했는데.

“7번 경추(목과 어깨가 만나는 부위의 목뼈) 아래 신경이 망가져 사지 마비가 된 환자도 어깨나 목으로 가는 신경의 일부는 살아 있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신경의 일부를 마비된 신경 쪽으로 연결하면 신경 기능이 살아나 팔꿈치를 굽히거나 손목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힘줄을 옮기는 수술을 했지만 이제는 신경만 옮기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신경을 살리면 근육을 회복시킬 수 있고 전동 휠체어 정도는 혼자 움직일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말초신경 질환 중 손목터널증후군 환자가 많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터널 안의 신경이 눌려 생긴다. 손가락으로 아홉 개의 힘줄이 가는데 노화로 힘줄을 싸는 막이 부풀어오르면 신경을 누른다. 여성은 호르몬 영향으로 폐경 후 생기기 쉽다. 남성들은 진동이 많은 드릴을 사용하는 일을 하거나 농사일을 하는 환자가 많다. 초기에는 소염제를 복용하는 치료를 하고 다음에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한다. 증상이 1년 이상 계속됐다면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말초신경 질환 예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

“노화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팔꿈치나 손목 말초신경 질환은 굽히는 자세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있는 사람은 과도하게 굽히거나 펴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 손 저림 증상이 있다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신경세포는 한 번 죽으면 살아나지 못하지만 말초신경은 회복이 가능하다. 척추에 있는 세포가 다치지 않았다면 봉합을 통해 신경을 이을 수 있다. 말초신경은 수술하면 결과가 좋기 때문에 기능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말초신경 질환자는 오랫동안 고생하다 병원에 오는 사람이 많아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다. 마비 등의 증상이 있더라도 치료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