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가족까지 돌보는 것이 사회 전체 범죄 줄이는 방법"
“친구여, 왜 내가 당신에게 준 은촛대는 놓고 식기만 가져갔소? 촛대도 가져가시오. 당신은 이제 악(惡)이 아니라 선(善)에 속하는 사람이오.”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미제라블》의 내용 중 미리엘 신부가 은식기를 훔친 주인공 장발장에게 사랑을 베풀고 장발장을 새로운 사람으로 만드는 장면이다. 미리엘 신부의 배려 덕에 장발장은 범죄자란 굴레에서 벗어나 새사람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는다.

김정옥 광주교도소 교정위원(58·사진)은 25일 ‘제53회 법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 위원은 2003년부터 돈 한 푼 받지 않은 채 사비를 털어가며 수용자 수천명의 사회 적응을 도와 ‘살아있는 미리엘 신부’로 불린다. 법무부는 “13년 동안 수용자, 사형 확정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폈을 뿐 아니라 불우수용자 생활비 지원 등 수용자에 대한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통해 교정교화에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며 포상 이유를 밝혔다.

25일 기자와 만난 김 위원은 “수용자가 사회에 적응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사랑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명의 수용자를 사회에 적응시키면 그 자녀들까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용자의 가족은 ‘범죄자 가족’이란 낙인으로 말 못할 고통을 겪는다”며 “어릴 적 부모가 교도소에 들어가면 어린 자녀는 방황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수용자가 직접 저지르는 ‘재범’뿐 아니라 수용자로 인한 환경 변화로 가족이나 자녀가 저지르는 ‘간접 재범’ 또한 한국 사회가 인식해야 할 문제란 지적이다.

김 위원이 교정위원이 된 계기는 2000년 다니던 교회에서 받은 수용자들의 편지였다. 편지를 읽던 도중 교정위원으로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옆자리를 지키던 한 남성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사실 저도 교도소에 있을 때 김 위원을 만나 도움을 받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25일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서 4763명이 교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