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감염돼 감기에 걸리면 몸에 힘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기분까지 축 처지게 마련이다.

평소 에너지 넘치고 잘 웃던 사람도 감기에 걸리면 말수가 적어지고 짜증이 늘어난다.

그런데 이런 우울한 기분이 사실은 감기가 나아가는 증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몸속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면역물질이 나오는데, 우울한 감정은 이 물질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팀은 쥐에게 구내염 바이러스(VSV)를 감염시킨 뒤 쥐가 얼마나 우울해지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는 우울한 감정을 내비쳤다.

쥐가 우울한지를 알아볼 때는 흔히 수영 능력을 확인한다.

건강한 쥐는 물에 넣으면 팔다리를 움직이며 활발하게 헤엄치지만, 쥐가 우울할수록 가만히 떠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는 헤엄치지 않고 떠 있는 시간이 2배가량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게서는 면역물질인 '1형 인터페론'도 많이 나왔다.

연구 결과, 이 면역물질이 쥐의 뇌 신경세포의 활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물질이 늘어나자 뇌로 병원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뇌혈관장벽(BBB)에서 해마의 신경세포 활동을 둔화시키는 물질(CXCL10)을 내보냈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부위다.

즉, 면역물질이 뇌에 영향을 미쳐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면역'(Immunity) 19일자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