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되면 재정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되면 재정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정부가 시·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道稅)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표면적인 이유는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 완화’에 있다. 지역에 기업이 많아 법인지방소득세가 많이 걷히는 시·군의 세입을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나눠줘 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무상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경기 성남시처럼 ‘부자 지자체’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상복지 남발하는 성남시

행정자치부가 나눠주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지자체는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 성남, 용인, 수원, 화성, 과천, 고양시 등 7곳이다. 지방교부세는 지방행정에 필요한 재정수요액과 재정수입액(지방세 등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의 차이를 보전해준다. 성남시를 비롯한 7곳은 재정 수요 대비 수입이 많아 돈이 남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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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준으로 성남시의 재정초과액은 2749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광역 지자체인 서울시(2106억원)보다도 재정이 넉넉하다. 재정초과액이 많을수록 지자체장이 임의로 쓸 수 있는 가용 예산이 늘어난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판교 등지에 입주한 기업으로부터 걷는 지방세 덕분에 성남시는 올 들어 청년배당, 무상 교복, 공공 산후조리원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소요되는 예산만 170억원이다. 재정이 열악해 인건비도 제대로 못 주는 대부분의 시·군과 비교된다.

정정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서울시가 자치구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도입한 ‘재산세 공동과세’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각 자치구세인 재산세의 50%를 별도 징수해 재정이 열악한 자치구에 나눠주고 있다. 강남구의 연간 재산세인 3600억원 중 50%인 1800억원이 다른 자치구에 배분되는 것이다.

행자부는 아파트값 등 부동산 가격이 높아 재산세가 많이 걷히는 서울시 등 광역시와 달리 시·군을 거느린 광역도는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에 따른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지방소득세는 2013년 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수원·화성 등 ‘부자 지자체’ 반발

법인지방소득세의 50%가 도세로 전환되면 지역에 기업이 없어 세수가 적은 시·군은 더 많은 세수를 광역도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이 많은 ‘부자 지자체’는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화성시가 지난해 걷은 법인지방소득세 3023억원 중 50%인 1500억원가량이 다른 지자체에 배분되는 식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부자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긴급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번 방침은 명백한 지방자치 탄압이자 훼손”이라며 “지방재정을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을 비롯해 수원, 화성, 용인, 성남, 고양시 등은 공동 반대 성명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지방소득세의 공동세화는 ‘지방세법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 의결 사항이다. 행자부는 지자체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발표한 이번 정책에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세 전문가인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인지방소득세가 공동세로 바뀌면 성남시 등 부자 지자체가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을 남발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법인지방소득세

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는 법인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 2014년부터 지방소득세가 독립세화되면서 법인세 과세표준액에 1~2.2%의 차등세율을 적용한다.

강경민 기자/수원=윤상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