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문제의 제품에 대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전망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에 이 같은 실험을 의뢰했고 2011년 11월 1차 실험 결과를 받았다.

연구팀이 옥시 측에 전달한 1차 실험 결과에는 임신한 쥐 15마리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시켰더니 이 중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가운데 임산부나 태아가 많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결과다. 연구팀은 문제의 제품에 생식독성(유해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옥시 측은 2014년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실험 결과를 뺐다.

연구를 담당한 서울대 교수는 검찰에 “독성이 입증됐는데도 옥시 측이 자신에 유리한 결과만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신현우 전 옥시 사장(68) 등 옥시 전·현직 이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옥시는 21일 “책임을 통감한다”는 공식 사과와 함께 50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피해자단체는 옥시의 사과를 거부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