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오라나 지역의 전원도시 더보. 이곳 중심가 퇴직군인회관(RSL) 음식점에는 지난 2월부터 두 명의 한국인 청년 요리사가 일하고 있다. 호주지역개발공사(RDA) 오라나의 후원으로 호주 이민성에서 직업연수비자(402)를 취득한 직업연수생이다. RDA 오라나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인 연수생의 비자 후원(스폰서십)을 맡아 취업 알선과 모니터링,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외교부가 기획한 한·호주언론 교류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2일 더보에서 만난 한국인 요리사 윤상율 씨(31)는 “호주 진출 기회를 찾다가 402비자가 취업비자보다 받기 쉽다는 걸 알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간 조리 경력을 쌓은 뒤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취득해 호주에 정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402비자는 2013년 말 도입됐다. 한 고용주 밑에서 6개월 이상 일할 수 없는 워킹홀리데이 비자(417)에 비해 최대 2년간 고용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취업비자(457)와 달리 간단한 영어구사 능력만 갖춰도 된다. 취업비자나 영주권으로 갈아타기 위한 ‘징검다리’ 비자로 불리는 까닭이다.

그동안 워킹홀리데이나 취업비자를 선호하는 고용주가 많아 402비자 발급 실적이 저조했다. RDA 오라나가 지역의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402비자 한국인 신청자 후원에 나서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조지아 파헤이 RDA 오라나 프로젝트매니저는 “한국인의 성실성과 끈기가 호주에 잘 알려져 있어 한국인 채용에 특화된 402비자 후원 프로그램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RDA 오라나는 요리사나 벽돌 개보수 기능직, 자동차 수리공, 도축 등의 기술을 갖춘 한국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연봉 3만5000호주달러 정도를 지급하는 기업의 고용주를 알선해준다. RDA 오라나를 통해 지금까지 호주에 402비자로 들어온 사람은 총 5명이다. RDA 오라나는 올해 한국인 채용 규모를 70명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120명을 뽑을 예정이다.

다만 402비자를 취득하려면 연간 약 400만~500만원의 연수비를 내야 한다. 이종열 산업인력공단 해외연수팀 과장은 “402비자가 모든 호주 취업 희망자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워킹홀리데이를 경험한 뒤 402비자로 갈아타면서 취업비자 등에 필요한 경력을 충족시키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보=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