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1심 뒤집고 전교조 패소 판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종북 좌파 세력'이라고 칭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이 전교조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예지희 부장판사)는 21일 전교조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원 전 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판결했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이 전교조를 '종북 세력' 또는 '종북 좌파단체'라고 지칭하고 적극적 대응을 계속·반복적으로 지시한 행위로 전교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원 전 원장과 국가가 전교조에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원세훈의 발언에 공연성(公然性)이 없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연성이란 불특정하거나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발언이 국정원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앞서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2013년 3월 재임 중 매달 부서장회의에서 한 발언을 내부 전산망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고 게시했다.

여기에는 "아직도 전교조 등 종북 좌파 단체들이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의 허울 뒤에 숨어 활발히 움직이므로 국가의 중심에서 일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해주기 바람"이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전교조는 원 전 원장이 전교조가 종북 단체라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국정원 지부장을 통해 전교조 조합원을 중징계하라고 일선 교육청을 압박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3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등을 이용한 인터넷 트위터·댓글 활동으로 2012년 대선에 개입하고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2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파기돼 현재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