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로 인력 구조조정 최소화해야…'경영진 책임 묻기·사회안전망 강화'도 요구

야당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들고나오자 노동계는 인력 구조조정의 최소화를 위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언급 자체를 꺼렸던 과거 야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구조조정 반대라는 입장을 야당과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노동계로서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노동계는 직접적인 비판은 삼가하는 모습이다.

해운, 조선, 철강, 건설 등 부실이 심각한 일부 업종의 경우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노동계도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조정의 양상이 대규모 정리해고 등 무분별한 인력 구조조정의 양상을 띠어서는 안 된다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한국노총 김준영 대변인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노동자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황폐화와 내수 침체로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한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나누기 등 고용 안정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야근 수당, 성과급 등 노동자 개개인이 받아가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전체적인 일자리 규모는 유지하자는 얘기다.

노동자는 고용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고, 사측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노동계는 기업 부실을 불러일으킨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에게는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도 경영 부실을 불러온경영진에 대한 책임은 따지지 않는 행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규모 구조조정이 임박한 조선업계에 이러한 행태가 만연했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수익성을 따지지 않은 저가 수주와 투자자들을 우롱한 분식회계 등으로 지난해 수조원의 적자를 낸 조선업계 경영자들은 거액의 보수를 챙기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인력 구조조정만 강요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앞서 이러한 행태를 근절할 사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5천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작년 5월말 퇴임한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급여, 상여금, 퇴직소득 등 총 21억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대표도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앞서 사회안전망 강화도 절실하다고 노동계는 주장했다.

현재 실업급여 상한액은 하루 4만원이어서 한달 최대 120만원에 불과하다.

지급기간도 최장 8개월(10년 이상 일한 50세 이상 근로자 해당)에 지나지 않아 구직자의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한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실직 전 급여의 70∼90%를 최소 1년 이상 보장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실업급여는 너무나 빈약하다"며 "이러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않은 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극빈층을 양산하는 결과밖에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