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과당(果糖)을 과다 섭취하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 여러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당은 각종 음료수와 시럽, 가공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당분이다.

과당 과다 섭취가 심혈관질환, 비만, 제2형 당뇨병 등의 증가와 관련 있다고 보고한 기존 연구 결과들은 여러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임신부의 과당 과다 섭취가 후손에게도 아주 오랫동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갤버스턴의대(UTMB)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한 연구 결과를 미국산부인과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팀은 임신한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임신 기간 내내 한 쪽엔 식수로 물만, 다른 한쪽엔 10% 과당 음료만 마시게 했다.

다른 먹이는 동일하게 줬다.

10%는 시중 판매 음료들의 평균 과당 농도다.

이유기 이후 두 그룹의 새끼에 똑같이 통상적인 쥐 먹이를 주고 기르며 1년 뒤 건강상태를 평가했다.

쥐의 평균 기대수명이 2년이므로 1년이면 쥐로선 중년에 이른 나이다.

연구팀은 이 후손 쥐들의 복부비만 비율, 혈당 농도, 인슐린, 총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지방), 렙틴A 호르몬 등의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어미가 과당을 과다 섭취했던 후손 그룹의 경우 어미가 물만 마신 그룹에 비해 암수를 불문하고 최고혈당과 최고혈압이 더 높았다.

특히 과당섭취 그룹 중 암컷 후손은 체중, 복부비만도, 간에 낀 지방 비율, 인슐린 저항성까지 더 높았다.

반면 식욕조절과 체중 감소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렙틴 농도는 낮았다.

두 집단 간에 총콜레스테롤이나 지질 수준엔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이끈 안토니오 사드 박사는 "어미가 임신 기간에 과당을 과다섭취하면 새끼가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 고혈압, 여러 대사장애 등에 걸릴 위험이 커지며 이는 모두 모두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면서 "특히 암컷 새끼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