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熊本)현과 남미 에콰도르에서 잇달아 강진이 일어난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규모 5~5.5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규모는 지진의 세기를 결정하는 물리 단위로 5~5.5면 물건이 떨어지거나 건물에 금이 가는 정도다.

국내 지진 분야 대표적 전문가인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일본 지진 영향으로 규모 6.5 이상 강진까지는 아니지만 한반도에서도 1~5년 안에 규모 5~5.5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땅덩어리 경계에 있는 일본, 에콰도르와 달리 땅덩어리 안쪽에 있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된다. 지 센터장은 “한반도는 강진이 자주 일어나는 판 경계가 아니라 안쪽에 있고 단층이 발달하지 않아 일본처럼 규모 6.5 이상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아 최대 규모 5.5까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단층 짧은 한반도, 대지진 가능성은 희박"

규모 6.3과 7.3의 지진이 일어난 일본과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 에콰도르는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부딪히는 경계인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다. 지구는 뜨거운 액체인 맨틀과 이를 둘러싼 얇은 껍질인 지각으로 구성돼 있다. 지각은 여러 거대한 땅덩어리로 이뤄지는데 그 경계면에선 끊임없이 지진과 화산활동이 일어난다.

한반도는 거리상 판 경계면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라시아판 위에 있다. 판 안쪽에 있는 단층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은 한반도에 대규모 강진을 유발할 힘을 약화시킨다. 하지만 판 내부 단층대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 한반도 지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 있는 지각의 약한 부위인 단층으로 지진을 유발하는 힘을 전달하는 것이다. 2007년 강원 오대산에서 일어난 규모 4.8의 지진은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이 한반도 지각에 힘을 가하면서 지진을 유발할 힘을 전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형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지헌철 센터장은 “한반도는 단층 길이가 짧고 주변 바다가 얕아 대규모 강진이나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