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성 사전 인지 여부가 핵심…실험 조작 등 책임회피 의혹도 조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번 주부터 업체 관계자들의 소환조사를 본격화한다.

첫 타깃은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키저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오전 옥시측 실무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올 1월 말 특별수사팀이 구성돼 가습기 살균제 수사에 착수한 이래 업체 관계자가 검찰에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환되는 인사는 옥시의 인사 담당 실무자로 업체의 운영시스템 전반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옥시 측은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이던 옥시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한 뒤 문제가 된 PHMG 인산염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를 제조·판매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146명 가운데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있다.

검찰은 옥시가 PHMG 성분을 제품에 사용하면서 흡입 독성 실험을 비롯한 안전성 검사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옥시가 이 화학성분을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잡고 수사하고 있다.

PHMG는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 및 경구(섭취)에 대한 독성은 비교적 적지만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

제품의 위험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판매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다.

검찰은 옥시측의 법인 고의 청산, 연구보고서 조작, 유해성 은폐 시도 등 지금까지 드러난 각종 책임 회피 의혹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던 2011년 12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법인을 변경 설립해 법적 처벌을 피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흡입 독성 실험 결과를 반박하고자 독자적으로 국내 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한 실험에서 '제품과 폐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해당 실험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있다.

옥시는 이후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을 통해 결과가 정해진 '짬짜미 실험'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옥시는 당시 자사 입맛에 맞는 실험 조건을 주고 이에 맞춰 실험하는 대가로 각 연구팀에 2억5천여만원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한편 연구 책임교수 개인계좌로 수천만원을 자문료 명목으로 입금했다.

소비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홈페이지에 올린 부작용 관련 글을 검찰 수사 전 의도적으로 삭제한 정황도 나왔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삭제된 글을 대부분 복구해 옥시 측이 제품의 유해성을 은폐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외에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옥시를 시작으로 폐손상과의 인과 관계가 확인된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등을 만든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