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들여 연봉 3천500만원의 입법보조인력 2배로 늘려…예산방만운영과 정실인사 우려
행자부 "사실상 의원 유급 보좌관으로 볼 수도…예의주시"

서울시의회가 연봉 3천500만원의 입법보조 인력 4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해 사실상 편법으로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하는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17일 각 상임위원회 업무를 지원하는 입법조사요원 40명을 추가 선발하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이들은 주당 35시간 일하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라급으로, 8급 상당이다.

연봉은 3천456만∼4천844만원이고 계약기간은 1년이며 5년 이내 연장가능하다.

각 상임위 전문위원실에서 주요 이슈관련 입법 현안을 발굴, 조사하고 자치법규 제·개정안 마련을 지원하거나 공청회, 토론회 등 행사 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2월에 50명을 뽑은 데 이어 이번에 40 명을 더하면 서울시의회 입법보조 인력은 90명으로 거의 2배로 늘어난다.

역시 입법보조 인력을 두고 있는 부산시의회 12명, 대전시의회 8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력을 채용한 셈이다.

서울시의원(106명) 1명 당 1명 꼴이기 때문에 법상 근거가 없는 유급 보좌관 제도를 우회적으로 도입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사실상 개별 의원 유급 보좌인력 기능을 한다면 문제가 되므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등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정책 보좌관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지만 관련 법안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시의회는 이들이 의원 개인 보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상임위 지원 기능을 보강하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채용은 청년들이 특정 당이 아닌 의회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제공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의회 관련 인력을 육성하는 목적도 있다고 시의회는 설명했다.

시의회는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초 채용 때와 달리 경력 요건을 두지 않고 전문대학 이상 졸업이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초에는 최소 1년 이상 실무 경력이 요구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거나 2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경우, 9급 이상 공무원으로 1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어야 했다.

경력을 없애는 등 자격요건이 완화되자 의원들이 마음대로 주무르는 '정실 인사'가 재현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기 지난해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50명을 선발한뒤 의원 연줄로 무자격자를 채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시의원 딸 또는 컴퓨터 기초도 모르거나 전화응대 경력이 전부인 지원자들이 현직 시의원 등의 입김으로 부적절하게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회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지원자가 합격점을 받거나,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면접에서 무사통과되기도 했다.

면접에서 합격자들은 '애인 있느냐', '자녀 학원비로는 얼마씩 지출하는지'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만 받고, 탈락자는 '의원 행동강령을 외워보라'는 등 어려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추가 채용이 방만한 예산 운영 사례로 본다.

시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정말로 깐깐히 따진 뒤에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가 채용에 드는 인건비 14억원 이상은 서울시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인건비 포괄예산에서 나온다.

서울시는 각 실무부서가 업무상 시간선택제 임기제 직원 채용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포괄예산에서 탄력적으로 배정해준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