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해줄건데요"…요구사항 많아진 외국 관광객들
지자체 유치다툼 치열…치맥파티·할인 인센티브 '경쟁'

"어휴, 도지사 보고 영접을 해달라, 아예 공항에까지 나와서 맞아달라고 해서 죽겠습니다"
경기관광공사에서 외국인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 A씨의 푸념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유커 6천명이 인천을 방문해 치맥파티와 쇼핑 등을 한 것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중국 관광객을 국내로 보내는 한 여행사가 도를 넘는 요청을 해와 이제는 다른 여행사와 거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를 비롯해 동남아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국내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이나 여행사들의 요구사항이 늘고 있다.

경기관광공사는 올해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인센티브 관광단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인센티브단은 기업에서 포상을 받은 단체관광객을 말하는 것으로, 일반 패키지 관광객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공사는 올 2월부터 3월 말까지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3곳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기업의 직원 570명은 광주도예촌, 곤지암리조트, 에버랜드, 광명동굴 등 도내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돈을 썼다.

이달 말까지 말레이시아 인센티브 단체 2곳에서 369명이 추가로 경기도를 방문하기로 확정됐고, 9월에는 중국의 한 인센티브 단체 1천 명이 수원화성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각종 지원금과 함께 이벤트를 열어줘야 한다.

주요 관광지 단체 입장료를 할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환영 현수막 게시, 공연, 치맥파티 등 마음에 들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관광객 지원금은 보통 1인당 1만 원 미만으로 지원하지만, 규모가 크거나 경기도에서 오랫동안 관광과 숙박을 하면 최대 1만 5천 원까지도 올라간다"면서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자체의 지원내용을 보고 골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아오란 그룹'의 임직원 6천 명이 지난 3월 26일 인천을 방문하고 나서 다른 업체나 여행사의 요구수준이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당시 인천시에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테이블을 마련하고, 한 치킨업체에서 무상으로 아오란 직원 4천500명에게 치맥파티를 열어줬다.

경기관광공사는 오는 6월 500여 명 규모의 중국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 유치를 추진하면서 이 단체와 치맥파티와 전통공연 등 이벤트지원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또 베트남의 한 마이스 인센티브 단체 1천400여 명 유치를 추진하면서 비자간소화, 에스코트, 현수막 게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관광공사가 이처럼 동남아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 유치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하는 것은 타 지자체와의 유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기도는 경기지역에 숙박하면서도 서울의 각종 면세점과 쇼핑센터, 관광지를 이용할 수 있고 물가도 서울보다 저렴해 외국 단체 관광객이 선호하는 곳이라 다른 시도에 비해 관광객 유치에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인센티브 지원은 이젠 필수가 됐다.

중국 등 동남아 관광객 유치경쟁은 국내 지자체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이 각종 지원책을 내세우면서 국가간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이동렬 마이스뷰로 단장은 "인천에서 6천명 유커를 유치한 이후 대규모 관광객 유치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지자체간 유치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면서 "일부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외국 단체 관광객유치가 지역경제에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그들의 입맛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