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빌미로 금품·선물도 강요…대법 "성희롱 발언, 농담 수준 넘었다"

여성 승무원에게 성희롱을 일삼고 승진을 빌미로 금품을 강요했다가 파면된 국내 대형 항공사 사무장이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한 항공사의 전 객실사무장 A씨가 "파면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1988년 입사한 A씨는 부하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한 사실이 밝혀져 2014년 7월 파면 처분을 받았다.

'성인잡지 모델 같다', '나 오늘 한가해요 느낌이다' 등을 비롯해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또 자신의 팀원들에게 "물질과 마음은 하나다", "몇십만원 투자해 진급하면 연봉이 몇백만원 오르는데 어느 것이 이득인지 생각하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A씨의 강요에 못 이긴 직원 2명은 각자 상품권 20만원어치를 건넸다.

이 밖에도 A씨는 부하들에게 보고서 작성이나 내부 평가시험을 떠넘기고, 인턴 승무원을 평가한 결과를 대형 모니터에 공개하는 등 '갑질'을 했다.

아울러 자신의 가족이 항공사를 이용할 때 회사의 허락 없이 2차례 좌석 등급을 올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일부 절차적인 부분을 문제삼으며 해고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수년 동안 지속적·반복적으로 여성 승무원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이 농담이나 친근감을 나타내는 수준을 넘어 굴욕감·수치심·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 "항공사가 그간 성희롱으로 문제가 된 다른 직원들에게도 권고사직이나 파면 등 엄격한 징계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에 대한 처분이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