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진단서 확인 절차 강화 등 뒤늦게 대책 마련

정부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했던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수능 시험 관리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물론 조직적인 부정 행위라기보다 공시생 개인의 일탈에 따른 사건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거나 국가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해야 할 수능 시험에서 구멍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교육부는 당혹감 속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4일 경찰의 수사 결과와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송 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거짓말로 약시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이를 2010년과 2011년 수능 때 제출해 특별관리대상인 저시력자로 분류됐다.

송 씨는 특별관리대상이 되면 별도의 시험 편의가 주어진다는 점을 악용했다.

저시력자 응시생에게는 과목당 1.5배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

송 씨는 당시 일반 수험생의 시험이 끝나면 바로 인터넷에 정답이 발표되는 점을 노려 시험 도중 화장실에 가서 미리 쓰레기통 뒤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정답을 확인한 뒤 돌아와 답안을 고치는 방법을 썼다.

1교시 언어영역을 예로 들면 일반 수험생은 오전 8시40분에 시험이 시작돼 10시에 시험이 끝나고, 정답도 10시에 발표가 되지만 저시력·뇌병변 수험생은 10시40분까지, 맹인 수험생은 10시56분까지 시험이 계속 진행되므로 그 사이 시차를 이용해 부정 행위를 한 것이다.

송 씨는 2007년부터 수능을 보기 시작했으며 2009년까지는 일반 수험생으로 시험을 치렀다.

이후 2011학년도 시험과 2012학년도 시험이 치러지는 2010년과 2011년에 거짓말로 발급받은 진단서로 저시력자 행세를 했다.

2011학년도 시험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고득점을 받았지만 원하는 대학에는 합격하지 못했다.

송 씨는 2012학년도 수능에서도 재차 같은 방식을 시도했지만 이때부터 과목당 1.7배의 시간이 더 주어지는 맹인 수험생의 시험까지 모두 끝난 뒤 정답이 발표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무위에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시험 시간의 시차를 활용한 부정행위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돼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육부는 송 씨와 같은 방식의 부정 행위는 더는 불가능하지만, 저시력자 진단서 확인 등의 절차에서 문제가 드러난 만큼 특별관리대상자 인정 절차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2016학년도 수능에서 저시력자와 맹인, 뇌병변 장애, 지체장애 등으로 특별관리대상자로 분류돼 시험을 본 수험생은 912명이다.

교육부는 특히 송 씨처럼 거짓말로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는 일을 막기 위해 의대 교수 등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허위 진단서 발급 방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정연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장애가 수능 시험에 맞춰 발생하는 일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진단서 외에도 고등학교 건강기록 상황을 학교장으로부터 확인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금도 각 시도 교육청이 수능 원서를 접수할 때 저시력 수험생 등이 제출한 병원 진단서에 대해 출신 학교로부터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는 있지만 송 씨의 경우 허위 진단서로 시험을 치를 당시 이미 졸업한 지 오래된 상황이어서 이런 확인 절차가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시험 시간 중 화장실을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 행위,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 행위 가능성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05학년도 수능 때 발생한 초유의 휴대전화 부정행위 사건을 계기로 휴대 전화 소지만으로도 부정 행위로 간주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금속탐지기 검사를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또다시 허를 찔린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 원서 접수와 시험 관리를 담당하는 시도교육청 장학사 회의를 긴급 소집해 시험 관리상 문제를 점검하고 부정행위 가능성 전반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과거 수능에서 송 씨와 같은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한 저시력 수험생 등이 더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김 과장은 "매년 수능 부정행위 방치대책을 수립해서 시행하고 있다"며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되도록 빨리 보완해 올해 부정행위 방지대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