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지역 부동산대출 '검은 고리'…검찰, 금융사 직원 비리 잇단 적발
검찰이 부산지역 부동산 투자 열기를 틈탄 금융회사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에 칼을 빼들었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사진)는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도록 주선하면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로 김모 전 동부증권 과장(41)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지난해 말 송모씨에게 해운대구 중동에 있는 삼환미포씨랜드상가 수십채를 담보로 9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1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를 위해 대출확약서를 허위로 꾸민 혐의도 받고 있다. 동부증권은 김씨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올초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씨의 여죄를 캐는 한편 불법대출 알선에 가담한 관련자가 있는지 추가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은 해운대지역 호텔 건축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자산운용사 간부도 수사 중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S레지던스호텔의 PF 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황모 A자산운용 팀장(39)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죄질이 무겁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인 뒤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황씨는 각종 용역비 명목으로 PF 자금 중 약 30억원을 다른 시행사 임원 계좌로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약금을 수천만원 부풀린 뒤 이를 차명 계좌로 돌려받아 횡령하고, PF 대행업체들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황씨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지검에서 이 두 건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임관혁 특수부장(50·사법연수원 26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검찰 인사 때 지방청의 수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무대’에서 활약하던 특수통을 지방으로 대거 인사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특수통 검사들이 지방 토호비리에도 칼을 들이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