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한 이후 줄곧 경기 성남시의 ‘청년배당’과는 정책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청년수당을 술집 등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할 수 없는 ‘클린카드’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성남시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당초 방침을 바꿔 11일 청년들에게 클린카드 대신 현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성남시 청년배당과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청년 배당' 따라가는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청년지원정책을 발표한 뒤 중앙정부의 비판에 대응해 정책 보조를 맞춰왔다. 그러던 중 성남시가 청년배당 명목으로 나눠 준 성남사랑상품권이 시중에서 ‘깡(할인)’의 대상이 되는 등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계획을 바꿨다.

성남시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청년배당은 성남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에게 분기당 12만5000원씩 연 50만원을 성남에서만 유통되는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청년배당이 시행된 지 하루 만에 해당 상품권이 인터넷 중고카페에서 액면가의 70~80%에 팔리면서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돕겠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이 유흥업소에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클린카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흥비 등 부적절한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수당 지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이 3개월 만에 백지화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클린카드 도입 방침에 청년들의 반발이 컸다”고 설명했다. 청년수당 정책을 주도한 시민단체 출신 일부 서울시 고위 간부들이 클린카드 도입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청년층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시 안팎에서 나온다. 청년수당 지급 대상을 선정하는 데 아직 두 달여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서울시가 의도적으로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달 초 시의회에 해당 정책을 보고했기 때문에 이날 발표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