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이 위촉한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을 본안소송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4부(박종훈 수석부장판사)는 부산시가 BIFF 집행위를 상대로 낸 ‘BIFF 신규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고 11일 밝혔다. BIFF의 정기총회 개최와 정관개정, 차기 조직위원장 임명 등의 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영화인들 사이에 빚어진 갈등속에서 법원이 일단 부산시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판부는 “집행위원장이 자문위원들을 대거 위촉한 것은 기존 임원이나 집행위원의 수를 현저히 초과해 조직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본질적인 변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문위원에게 총회의 구성원으로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는 정관과 합쳐져 조직위원회의 의결권 행사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 정관에 따라 집행위원장이 위촉할 수 있는 자문위원의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영화제 정관을 보면 자문위원은 별다른 절차 없이 집행위원장이 단독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촉 가능한 최대인원수도 따로 정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집행위원장이 자문위원을 무제한 위촉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집행위 측이 신규 자문위원을 대거 위촉한 것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집행위원장이 자문위원을 무제한 위촉하면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본질적인 변경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조직위원회의 의결권 행사 구조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총회 의결권을 갖는 자문위원은 본안 소송에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기존 자문위원 107명에서 39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부산시와 영화제 조직위원회 측은 조직위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자문위원 임명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4일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을 정지할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편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 결정됨에 따라 회원들이 요구하는 임시총회 소집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문위원 위촉 무효확인 소송(본안소송)은 여러 사안들을 판단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BIFF와 합리적인 정관개정을 위한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필요한 협력과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