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신브레이크, 금속노조 탈퇴는 적법"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산업별 노동조합 산하 지부·지회가 독립성이 있다면 스스로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기존 산별노조 중심 노동운동의 근간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모씨(45)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장 등 4명이 “기업노조로 전환한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해달라”며 상신브레이크 노조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상신브레이크 노조는 원래 기업별 노조였다가 금속노조 지회로 편입됐고 그후 총회·지회장 등 기관을 갖추고 활동해왔다”며 “구체적 운영·활동에 기업노조와 유사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월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발레오전장 판결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전까지 법원은 단체교섭·협약 체결능력이 없는 지회·지부는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일 뿐 독립된 노조가 아니어서 스스로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 없다고 판결해왔다. 대법원은 이번에 기존 노조가 와해되고 기업노조가 들어서는 데 회사 측이 개입했더라도 조직형태 변경결의는 이와 별개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상신브레이크는 브레이크패드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44%) 1위인 대구의 중견기업이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3년 연속 파업을 벌였을 만큼 노사갈등이 극심했다. 노조가 47일간 파업을 벌이자 사측은 2010년 8월 직장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같은해 노조 조합원총회에서 금속노조 탈퇴가 결정됐다. 금속노조는 이에 불복해 총회결의무효 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금속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잇따른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산별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원이 근로자의 노조 선택권을 중요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개별 조합원의 의사를 상향식으로 반영하지 못하면 다수의 사업장 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