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2월 청년실업률 12.5%)의 취업난 속에 허우적거리는 20~30대 젊은 층이 잇따라 취업 관련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토익·토플 성적표를 부풀리거나 고교 생활기록부를 위조하기도 한다. 양심을 저버리더라도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 구직자의 그릇된 갈망은 범죄집단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씨(26)도 범행 목적에 대해 “7급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심한 취업난…범죄에 멍드는 청춘들
◆취업난에 멍드는 사회

취업난이 한국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문서 위조는 대학생들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다. 토익·토플 같은 영어 성적표를 위조하기도 하고 고교 학생기록부 내용을 유리하게 고치기도 한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사문서 위조로 검거된 건수는 2012년 7641건에서 지난해 8278건으로 최근 3년 새 637건(8.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문서 위조 발생건수는 연평균 1만여건에 이른다.

국내 유명 의류회사 입사를 꿈꾸던 취업준비생 제모씨(28)는 한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전과자로 전락했다. 그는 30만원이면 취업에 유리하도록 온라인에서 고교 성적과 생활기록부 내용을 위조할 수 있다는 위조범의 달콤한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제씨는 사문서 위조죄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취업도 힘들어졌다.

인터넷에는 토익·토플 점수와 대학 졸업증 등을 들키지 않게 위조해주겠다는 광고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문서 위조범이 20~30대 청년의 불안을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알선·청탁 등과 관련된 사기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작년 7~9월 3개월간 취업 브로커를 집중 단속해 7명을 구속기소했다. 붙잡힌 일당은 공기업 및 대기업 인사 담당자와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면서 취업을 도와주겠다고 속여 구직자에게 3000만~5000만원씩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다수 피해자가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인사 담당자와 친하다” “고위간부에게 부탁해주겠다”는 식의 말을 믿고 사기꾼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제도 불신 키우는 취업 범죄

취업을 준비 중인 20~30대는 취업과 관련한 사기 피해를 당해도 신고에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취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기범의 ‘표적’이 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회초년생을 꾀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개설하게 한 일당 10여명을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이 없어 급전이 필요하고 범죄 피해를 입어도 경찰 신고를 꺼리는 사회초년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취업 관련 범죄는 공무원 시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등 취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대 로스쿨의 불공정 입학 의혹이 대표적이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123명이 지난 8일 경북대 로스쿨 불공정 입학 의혹을 제기하면서 현직 변호사들은 “로스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심은지/고윤상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