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 첫 타깃…유해성 인지 여부가 핵심
반박실험 짬짜미 의혹…대가성 금품 제공도 조사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제품의 유해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제조·유통사 관계자의 소환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제2라운드 수사'는 살균제가 폐 손상을 유발했다고 결론 내린 검찰과 이를 반박하는 업체 간 진실게임 양상이 될 전망이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은 이번 주중 살균제의 유해성 수사 결과를 지휘부에 보고하고 업체 관계자 소환에 나선다.

검찰은 두 달 보름여 간의 분석·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10여개 제품 가운데 ▲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모두 PHMG 인산염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다.

검찰은 해당 업체가 이들 화학성분을 제품 원료로 쓰면서 흡입 독성 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PHMG나 PGH는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 및 경구(섭취)에 대한 독성은 비교적 적지만 코나 입으로 흡입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PHMG 공급업체인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수출 과정에서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한 것이나 다른 제조사에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업계에선 흡입 독성이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했던 것으로 검찰은 추정한다.

검찰은 시장 선도업체인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 업체는 1998년부터 국내에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해왔다.

PHMG를 사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2001년부터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고 피해자 수도 가장 많다고 알려졌다.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다른 업체는 옥시 측 제품이 인기를 얻자 뒤늦게 자체 브랜드로 유사 제품을 출시했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H화학에 생산 하청을 줬지만 구체적인 제조 정보를 제공하고 전 생산과정을 관리·감독·통제한 점에서 제조사에 준하는 책임이 있다고 본다.

검찰은 이 업체가 PHMG를 가습기에 사용하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안전성 검사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정황을 3∼4가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관련 법상 PHMG의 안전성 검사가 의무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유해성 인지 여부 확인이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열쇠다.

옥시 측이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을 통해 진행한 유해성 반박 실험의 위법성도 수사 대상이다.

이 업체는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이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조건을 주고 이에 맞춰 실험해달라고 연구팀 측에 요구했다.

'짬짜미 실험'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회사 측이 각 연구팀에 용역비 명목으로 2억여원씩 지원한 사실을 파악해 해당 자금이 대가성 있는 뇌물공여 또는 배임증재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