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누적봉사자 첫 감소…봉사 주축 40대 주부·20대, 돈 벌러 떠나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 논현점의 전지하(39) 매니저는 요즘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자원봉사자가 급격히 줄어 그 공백을 메우느라 여유가 없어서다.

전 매니저는 "점심은 아예 못 먹을 때도 있고, 손님이 몰리면 화장실도 못 간다"면서 "매니저 3년 차인데 이렇게 인력난에 시달린 적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10일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서울 전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봉사활동을 그만둬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아름다운가게는 지점별로 상근 매니저가 1명 있고, '활동천사'라고 부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주 1회 4시간씩 돌아가며 업무를 돕는다.

근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지점에 봉사자가 50명은 있어야 하는데 많은 지점에서 봉사자가 20∼30명대로 줄었다.

이러다 보니 매니저 혼자 매장을 지키는 시간이 늘었고, 하루 평균 300∼400명의 손님이 매장을 찾기 때문에 매니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름다운가게의 활동천사 분석 자료를 보면 누적 자원활동가 수는 2002년 창립 이래 지속해서 상승하다가 지난해 처음 감소했다.

40대 여성이 대부분인 정기 봉사자(3년 이상 활동)가 2004년 전체의 20%에 달했으나 2009년 이후 10% 미만으로 줄었고, 2012년 이후 5%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주부 봉사자 상당수가 '남편이 직장에서 잘려서 내가 생업에 뛰어들게 됐다', '사정이 안 좋아져서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등의 이유를 남기고 그만뒀다고 매니저들은 전했다.

아름다운가게 봉사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20대·대학생 봉사자도 감소 추세다.

이들의 봉사활동 중단 사유도 대부분 '경제적 이유'이다.

2012년까지 전체의 60∼70%를 차지하며 꾸준히 늘던 20대 봉사자 비율이 2013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50% 선까지 급락했다.

매니저들은 '취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며 아름다운가게를 떠난 20대 봉사자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20대와 40대 봉사자가 빠진 자리는 10대 봉사자들이 메우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 입시에 필요한 봉사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이 필요한 단발성 봉사자들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봉사자 감소 추세를 위기로 인식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섰다.

아름다운가게 자원활동센터 양유라 팀장은 "활동천사 집중 모집 캠페인을 기획해 다각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