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숙 할머니 한국에서 치료 위해 병상 귀향

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로 지난달 낙상사고로 중상을 입은 하상숙(88) 할머니가 10일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향한다.

여성가족부와 중국 우한(武漢)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우한의 퉁지(同濟)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하 할머니를 이날 서울로 이송해 흑석동 중앙대병원에서 치료하기로 했다.

하 할머니는 지난 2월 15일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서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아흔을 앞둔 고령에 부러진 갈비뼈가 일으킨 폐 염증으로 한때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지냈으나 최근 의식을 회복하고 병세가 다소 호전됐다.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고 호흡 상태도 한결 나아지며 주변을 인지하며 고개도 끄덕거릴 수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번 이송 결정 역시 중앙대병원 의료진이 이달 초 중국으로 건너가 하 할머니 건강상태를 진단한 뒤 한국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낸 데 따른 것이었다.

하 할머니는 이날 구급차로 퉁지병원을 떠나 곧바로 우한 톈허(天河) 국제공항으로 향한 다음 환자 운송용 들것에 누워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중앙대병원 측은 하 할머니의 위중한 병세에 따라 의사 1명, 구급의 2명, 간호사 1명의 동행 의료진을 꾸렸다.

중국에서 하 할머니를 돌보면서 살아온 막내딸 류완전(劉婉珍·63)씨와 손녀가 이번 하 할머니의 한국 이송에 보호자로 동행한다.

대한항공도 우한발 서울행 항공기 편을 기존의 소형 B-737에서 A-330 기종으로 바꿨다.

하 할머니가 누워있을 병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중국 당국도 하 할머니 이송 편의를 위해 별다른 출국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하 할머니를 태운 구급차가 공항 주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당초 병원 구급차에서 공항에서 사용하는 구급차로 옮겨야 하는데 이를 생략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공항에서 리프트카를 이용해 하 할머니를 곧바로 기내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하 할머니는 비행 2시간 30분만인 오후 4시(한국시간)에 인천공항에 내려 대기 중인 의료진과 함께 곧바로 중앙대병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하 할머니는 17세 때인 1944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본군 위안부 모집책의 말에 속아 중국으로 끌려간 뒤 우한의 한커우(漢口)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으며 광복 이후에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 방직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중국인과 결혼해 남편이 데리고 온 세 딸과 함께 산 할머니는 사실상 국적을 가지지 않은 채 중국 귀화를 거부해오다 1999년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나서 지난 2003년 한국에 들어와 2년 7개월 머물기도 했으나 연고가 없어 결국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평소 고국을 그리워하며 특히 부모님이 묻혀 있는 고향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주변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