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지 도난 당한 시험출제 업체 보안 허술

인사혁신처에 침입해 공무원 시험 성적을 조작한 송모(26·구속)씨가 앞서 교직원을 사칭해가며 예비시험 문제지까지 훔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무원 시험 과정 전반의 보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송씨로부터 시험 문제지를 도난 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A 업체 사무실을 연합뉴스가 9일 오전 찾아가 보니 사무실 보안은 꽤 허술한 편이었다.

외부인이 수강생을 가장해 들어와 마음먹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업체는 송씨가 재학중이던 제주의 한 대학으로부터 공무원 시험의 예비시험인 지역 인재 전형의 필기 문제지 출제를 의뢰받은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지난달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의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자신의 성적을 조작하기 두달 여 전인 1월 10일께 이 업체에 들어가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3층짜리 오래된 상가 건물의 2층과 3층을 쓰고 있었다.

건물 규모가 작은 탓에 입구에는 상주 경비원이나, 도어록 등 별도의 잠금장치는 없었다.

지하에는 노래방과 식당이, 1층에는 드러그스토어가 있어 학원 수강생 이외에 외부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업체가 있는 2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맞은 편에 안내 데스크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좌측에 문제지를 만드는 개발팀 사무실이, 뒷편에 강의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송씨는 학원 측이 인쇄한 문제지와 답안지를 보관하고 있던 이 강의실에 침입해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

강의실 문은 안내데스크 우측에 있었으며, 별도의 보안장치는 없어 보였다.

3층에는 모두 세 개의 스터디룸이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방 안은 텅 빈 채 불이 꺼져 있어 깜깜했다.

이날은 학생들이 없었다.

이곳에는 따로 상주하는 직원은 없었고, 외부인 방문을 제지하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폐쇄회로(CC)TV는 2층 안내데스크 위, 3층 스터디룸 복도, 건물 입구에 한 대씩 총 3대뿐이었다.

송씨가 이곳에서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친 사실이 알려져 업체 측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업체를 찾은 기자에게 학원 관계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할 말이 없다.

당장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 들어가 인사처 채용 담당자 컴퓨터로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는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이 업체에 침입, 자신이 지원한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응시자를 선발하는 예비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s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