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로 알고 먹고보니 '독초'…"어린 싹은 전문가도 구분 어려워"
"독초인지 약초인지 애매할 경우 먹지 말아야"

지난 6일 오후 제사를 지내기 위해 충남 보령 A(68)씨 집에 모인 일가족 14명이 갑자기 복통과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일가족 중 한 명이 지인에게 받아와 인삼인 줄 알고 나눠 먹었던 식물 뿌리가 화근이었다.

인삼과 비슷하게 생긴 이 뿌리는 알고 보니 독성식물인 자리공이었다.

장녹뿌리로 알려진 자리공 뿌리는 독성이 강해 복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약초처럼 생긴 독초 때문에 제사를 지내려고 모인 온가족이 졸지에 병원 신세를 지고 만 것이다.

9일 산림청과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봄철 산행 시기를 맞아 독초를 약초로 착각해 먹은 뒤 복통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영덕 산나물을 사 먹은 5명이 혀와 몸이 마비되고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전통시장 노점에서 할머니에게 산 취나물 등 여러 가지 산나물을 데쳐 무침으로 먹고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증세를 보였다.

이들이 섭취한 산나물 가운데는 독초인 초오가 섞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오는 약재로도 쓰이지만, 과거 사약으로 쓸 정도로 독성이 아주 강한 독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자리공을 도라지로 착각해 나눠 먹은 일가족이 구토와 복통을 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봄에 나는 식물의 어린싹을 산나물로 먹는데, 이 시기에는 전문가도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식물이 꽃이 피고 크게 자라면 종류를 구별하기 쉽지만, 잎이 나오기 시작할 때는 고유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봄철 산행을 갔다가 산나물인 줄로 알고 가져온 식물이 사실은 독초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물의 종류를 확실히 아는 것이 아니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또 대표적인 독초와 식용 식물 구분법을 숙지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잎을 식용으로 쓰는 곰취는 대표적 산나물이지만 독성이 있는 동의나물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동의나물은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지만 독성이 강해 직접 먹으면 안 된다.

동의나물이 곰취보다 잎이 더 두껍고 가장자리 톱니가 둔하다.

잎자루에 적갈색 선도 없다.

독초인 개구릿대는 식용인 참당귀와 혼동하기 쉽다.

개구릿대는 참당귀에 비교해 갈라진 잎이 서로 떨어져 있고, 꽃은 흰색이다.

우산나물은 펼친 우산의 살처럼 한 곳에서 여러 개의 잎이 돌려난다.

잎은 두 갈래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도 톱니가 있다.

반면 독초인 삿갓나물은 잎이 우산나물과 비슷하지만 갈라지지 않고 톱니도 없다.

가장 좋은 예방법은 독초인지 약초인지 애매할 경우 '먹지 않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립수목원 양종철 박사는 "독 성분이 있는 식물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 있다"며 "전문가들도 싹만 나온 상태에서는 어떤 식물인지 구분이 어려운 만큼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 식물은 캐거나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