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자영업자 '범법자'로 만드는 최저임금
서울 화곡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말 아르바이트생 B군을 채용하면서 2016년 최저임금(시급 6030원)에 1000원을 더해 시간당 7000원을 주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B군도 동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그만둔 B군이 A씨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범법자가 됐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분의 주휴수당을 추가로 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한 B군은 최저시급이 유급주휴 1일분(8시간)을 포함해 7236원이다.

서울 청파동에서 직원 8명을 두고 의류생산업체를 운영하는 C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주 44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기본급 100만원에 생산수당 30만원, 통근수당 20만원, 가족수당 10만원 등 월 160만원을 직원에게 지급했으나 직원 D씨가 C씨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D씨는 주당 소정근로시간 44시간에 유급주휴 8시간을 포함해 월 226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계산돼 최저임금이 136만2780원이 된다. 월급 160만원을 지급했지만 최저임금법에 위반된 것은 현행 최저임금법이 기본급(100만원)과 생산수당(30만원)을 합한 130만원만 최저임금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7일 1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9000원이냐, 1만원이냐’는 식의 인상폭 논의보다는 산정 기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복잡한 산정 기준 탓에 애꿎은 영세사업자들이 범법자가 되고 있는 데다 저임금 근로자의 생계비 보전이라는 입법 취지도 흐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1회 이상의 유급휴일(근로기준법 제55조)을 보장하고 있다. 하루 6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한다면 1주일에 한 번꼴로 하루분(6시간)의 급여를 더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영세사업자는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 신고하면 걸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최저임금법 위반 건수는 919건으로 2014년(694건)보다 32% 늘었다.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복잡한 수당체계는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대상은 기본급 외에 직무수당 직책수당 생산장려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시간외수당 상여금 가족수당 급식수당 주택수당 통근수당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위원회 한 위원은 “한국 임금체계에서 수당 종류가 270여개에 달하는데 어떤 수당이 최저임금 포함 대상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