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과 공인중개사들이 업무영역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든 변호사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엊그제 서울중앙지검은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수사를 받게 된 변호사는 지난 1월 4명의 변호사로 부동산 중개업체를 세웠다.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상호도 내걸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부동산 중개는 공인중개사의 고유 영역”이라며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골목상권 침해’라며 국토부에서도 ‘위법’의 유권해석을 받아낸 상태다. 공인중개사들은 관할구청에 고발장을 내는 등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업계의 방어도 만만찮다. ‘직거래를 유도하고 정액의 법률자문료를 받을 뿐’이라는 논리다. 대한변협 차원에서도 “법리적 문제가 없다”며 적극 대응에 나선 분위기다.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얽혀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변호사 2만명 시대, 법률전문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내 준법감시인이, 읍면에는 마을변호사까지 도입되는 중이다. 결국 연 2조원대 부동산 중개 시장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공인중개사의 반발에도 양면성이 있다. 특히 고액의 수수료 문제에서는 소비자들과 입장이 갈라질 수도 있다.

전문 자격사들의 업무는 서비스의 질과 시장 가격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맞다. 변호사·세무사, 변호사·변리사 간 영역다툼도 ‘소비자의 선택’으로 풀면 그만이다. ‘부동산 중개도 법률적 행위’라는 변호사들의 주장에는 소비자 친화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변호사야말로 전가의 보도 같은 변호사법으로 높다란 장벽을 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20년째 논의만 되풀이돼온 로비 양성화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였던 것도 사실이다. 변호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부가 시험을 주관하며 업무의 영역에 금을 그어 보호해주는 낡은 관치 시대의 업역 구분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