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44) 변동금리채권의 매력
원금과 액면이자(쿠폰)를 모두 지급하는 채권을 이표채라 한다. 초기에는 원금의 4% 등 매년 고정된 쿠폰을 지급하는 이표채가 다수였지만 현대에는 쿠폰 수준이 변하는 변동금리채권도 자주 발행된다. 가령 전세계적인 대표 금리인 리보(LIBOR)에 2%를 더한 수치가 특정 변동금리채권의 액면이자율이 될 수 있다. 이때 리보를 기준금리, 2%를 가산금리라 하며, 이 채권의 액면이자율은 매 6개월 혹은 1년마다 시장의 리보 수준에 따라 변한다. 그렇다면 만기와 원금이 동일한 고정금리채(권)와 변동금리채(권) 중 어느 것이 투자자에게 더 좋은 투자 대상일까?

재무금융에서 더 좋다 함은 더 높은 수익률 혹은 더 낮은 위험을 뜻한다. 두 채권의 원금은 같으므로 액면이자가 더 많은 채권의 수익률이 더 높은데, 변동금리채의 미래 액면이자는 알 수 없으므로 수익률 비교는 불가능하다. 반면 향후 받게 될 쿠폰이 확정된 고정금리채가 더 안정적임은 확실하다. 그러면 투자자에게 고정금리채가 더 좋은 투자 대상일까? 그런데 왜 대부분 은행에서는 차입자에게 변동금리로 대출을 하는 것일까? 대출은 은행 입장에선 자산인데, 왜 은행은 변동금리대출 즉 변동금리자산을 선호할까?

채권 가격은 미래 받을 현금을 적절한 할인율로 할인함으로써 결정된다. 고정금리채의 원금과 쿠폰은 고정됐지만 그것의 할인율은 채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즉 고정금리채의 가격은 할인율에 의해 변동한다. 반면 변동금리채는 할인율과 쿠폰이 모두 변한다. 할인율이란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인데, 변동금리채의 신용등급이 낮아 원금과 쿠폰을 제때에 다받지 못할 위험이 클수록 할인율은 높아진다. 그런데 그런 위험이 클수록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가산금리도 높다. 또 전반적인 시장 이자율이 높아지면 채권의 할인율도 당연히 높아지는데, 이때 이 채권의 기준금리도 높아진다. 리보 같은 기준금리야말로 시장의 대표적인 이자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동금리채권은 쿠폰과 할인율이 모두 불확실하지만, 이 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므로 (원금과) 쿠폰을 할인율로 할인한 채권 가격은 역설적으로 안정적이다. 즉 변동금리채(변동금리대출)는 가격(가치)이 안정적이어서 투자자(대출자)에게 안전한 자산이다.

세상사에서는 절대성보다 상대성이 더 의미있을 때가 많다. 가령 축구 팀 A는 매 경기에 3골을 넣고 B는 매 경기에 상대팀보다 한 골만 더 넣는다 하자. 감독 입장에서 어느 팀이 더 안정적인 팀일까? 변동금리채권은 정확히 상대팀의 골(할인율)만큼 자신도 골(쿠폰)을 넣어 주는 축구팀과 같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