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4분' 내 심폐소생술 하면 내 가족·이웃 살린다
심폐소생술 미흡해 선진국보다 생존·뇌기능 회복률 낮아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는 '급성 심장정지(심정지)'로 쓰러지는 환자는 연간 3만명이 넘는다.

매년 인구 10만명당 약 50명꼴로 돌연사 위험에 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진 환자 중 병원으로 옮겨져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5명 남짓에 불과하다.

생존자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 원인은 여럿이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아쉬운 점으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꼽는다.

쓰러진 즉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만 적절히 시행했어도 사망자 중 상당수가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6일 대한심폐소생협회와 대한응급의학회,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급성 심정지 연구자료(2014년 기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우리나라에서 급성 심정지로 구급차를 이용해 병원에 이송된 환자 중 5.1%만 생존해 퇴원한다.

이는 미국의 생존 퇴원율 10.8%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호주(8.8%), 일본(9.7%), 덴마크(10.8%) 등 대부분 선진국도 우리보다 생존 퇴원율이 훨씬 높다.

심정지 환자가 퇴원 후 뇌 기능 손상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지를 가늠하는 뇌 기능 회복률도 미국 등 선진국은 생존환자 중 80~90%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비율이 40~50% 수준에 불과한 점은 앞으로 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이 도시와 농촌 등 거주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은 8.6%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지만, 전남(1.1%)과 경북(1.3%), 충남(1.9%)은 여전히 1%대에 머물며 대도시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전체 심정지 환자 대비 뇌기능 회복률도 서울이 5%대로 올라섰지만, 경북, 전남, 충남지역은 아직도 1%에 미치지 못하는 등 지역 간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

이처럼 낮은 생존 퇴원율을 높이려면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즉각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심정지 환자 곁에 있던 가족이나 일반인, 주변 사람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라고 권고한다.

이는 심정지가 갑자기 발생해도 몸속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가 4분여 동안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뇌 손상 없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처치 없이 4분이 지나면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고, 10분 이상 지나면 사망할 수 있다.

결국, 4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명과 살아난 이후 건강상태는 의료인이나 소방대원이 아니라 희생자 주변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12.1%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폐소생술에 의한 생존율 향상 효과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심폐소생술을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율은 1.3배, 뇌 기능 회복률은 1.7배 각각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의 생존 퇴원율과 뇌 기능 회복률은 각각 12.7%, 9.1%로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던 경우(각각 4.0%, 2.0%)보다 훨씬 높았다.

심폐소생술이 보편화한 덴마크에서는 급성심정지로 쓰러진 환자의 76.7%가 평균 4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태호 심폐소생협회 홍보위원장은 "급성심정지는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고, 또 환자의 90%는 심장질환자가 아닌 만큼 주변 사람의 심폐소생술이 생존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문명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익혀 어떠한 위급상황에서라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