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기수업 주도한 전교조, 정부 제공 자료는 거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세월호 2주기에 맞춰 진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계기(契機)수업은 교육과정에 나와 있지 않은 특정 주제를 가르칠 필요가 있을 때 하는 교육을 말한다.

사회·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이슈나 사건이 있을 때 이를 '계기'로 해 실시하는 수업으로, 내용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 등과 같이 국가적인 시책에 부응하는 캠페인성 수업이나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는 독도 교육 강화 수업 등 정부 차원에서 각 학교에 실시를 권고하는 계기수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수업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돼 실시된 계기수업은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과거에도 교육당국과 종종 갈등의 대상이 됐다.

일례로 2013년 10월에는 전교조가 '학생, 전태일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계기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해 교육부가 사실상 불허 방침을 밝혔다 .
당시 전교조는 학생인권과 노동인권을 주제로 계기수업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육부는 수업 내용에 '전교조에 가해지는 노동 탄압,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9년 6월에는 전교조가 6·15 남북 공동선언을 주제로 한 계기수업을 진행해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단 반발했고, 2007년 3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계기수업으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전교조는 한미 FTA 체결 관련 계기수업에서 FTA를 체결하면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생각해 보는 내용을 다루겠다고 했으나 정부는 사실상 FTA 반대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려는 것이라고 봤다.

정부 주도의 계기수업에 전교조가 반발한 사례도 있었다.

2008년 5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계기수업 자료를 배포하겠다고 하자 전교조가 "정권 홍보에 동원되는 계기수업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정부의 계기수업 관련 자료에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객관적 설득 논리를 찾을 수 없다"며 계기수업 자료 배포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 세월호 계기수업에 대해서는 정치적 편향성을 따져 필요할 경우 해당 교사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그러나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계기수업 관련 논란에도 실제 해당 교사가 징계까지 받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수업 내용의 편향성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일일이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칫 교사의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계기수업이 가치판단이 미성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교육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정치적 편향 논란이 제기되는 형태여서는 안된다고강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