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날 여행은 옛말"…변해가는 선거문화
제주 등 숙박·항공 예약률 오히려 '1∼2%' 낮아…8∼9일 전국서 사전투표 가능

"'선거날 여행 간다'는 말도 옛말이 됐습니다."

법정 공휴일인 4·13 총선 선거일 전국 호텔, 리조트 등 숙박업소와 골프장, 항공편 등의 예약률이 평소와 비슷하거나 되레 1∼2%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 선거일은 법적으로 직전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일 전 5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이번 선거일에는 앞뒤로 다른 공휴일이 없다.

징검다리 휴일이 아닌 탓도 있지만, 선거일 투표에 참여하는 문화가 많이 정착된 것도 한 이유다.

관광업계에서는 이번 총선이 현충일에 이틀 앞서 실시된 2014년 6·4 지방선거와 달리 징검다리 휴일이 없고, 유권자들이 '선거일=휴일'로 생각하던 과거 선거 문화가 개선된 것을 예약률 감소 원인으로 보고 있다.

◇ "선거일엔 투표를"…제주 등 관광업계 예약률 '소폭 감소'

총선 당일인 13일과 전날(12일) 8만여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제주도 관광협회에 따르면 4월 주중 평균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4만여 명으로, 선거일과 전날 이틀간 8만명이 방문하는 것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포-제주 노선의 항공편 예약률도 항공사별로 최소 40%에서 최고 83%로 이달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 항공 예약률도 평소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형찬 대한항공 홍보팀 차장은 "국내선은 예약률이 다소 늘어났지만 국제노선 예약률은 큰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항공편 외에도 대형 관광호텔 예약률은 53∼73%, 골프장 30∼40%, 전세버스 68∼78% 등으로 평소 수준과 같거나 1∼2% 감소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총선 시기 관광객은 봄철 평균 예약률보다 1∼2% 낮은 수준으로 특별히 관광객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총선은 징검다리 연휴도 아니어서 제주까지 당일 여행으로 오는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권자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인접한 강원 지역도 객실 예약률이 평소와 같거나 수도권과 근접한 일부 리조트만 평소보다 10%가량 증가했다.

홍천 비발디파크는 2천600여 객실 중 12일 72%, 13일 70%의 예약률을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예약률은 약 8% 올라가는 데 그쳤다.

반면, 정선 하이원과 평창 휘닉스파크, 용평리조트, 속초 한화리조트,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 등은 객실 예약률이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1천500여 개의 객실을 보유한 전북 무주리조트는 예약률이 10% 내외로 평소보다 1∼2% 감소했다.

부안 변산대명리조트도 12일 60%, 13일 30%의 예약률을 기록하며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무주리조트 관계자는 "요즘에는 선거일이라고 해서 예약률이 높아지거나 하는 현상은 없는 것 같다"며 "징검다리 휴일이 아닌 영향도 있겠지만 '선거일에 투표해야 한다'는 선거 문화가 많이 자리를 잡은 것도 한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충북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 단양대명리조트는 12∼13일 예약률이 이전 선거일이나 평일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체 객실 856개 가운데 150여 개만 예약돼 예약률이 20%를 밑돌았다.

대명리조트 관계자는 "역대 선거일에는 보통 400개 객실 정도가 찼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예약률이 저조하다"며 "해마다 4월 평일에도 보통 250∼300객실은 예약이 들어오는데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봄철 유명 관광지인 경주보문단지도 호텔 예약률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주현대호텔은 12일 29%, 13일 22%, 경주힐튼호텔은 12일 32%, 13일 15%의 예약률을 보인다.

보문단지 내 다른 호텔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문단지 내 포블릭코스 골프장인 경주CC, 보문CC와 회원제인 신라CC 등 3개 골프장은 예약률이 100%지만, 다른 평일에도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다.

◇ "출장·여행갈 땐 사전투표하세요"…전국 3천511개 사전투표소 설치

갑작스러운 출장이나 여행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투표할 수 없을 때는 사전투표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를 위해 전국 3천511개 사전투표소를 설치했다.

특히 여행객이나 출장을 가는 직장인들을 위해서 사전투표일인 8, 9일에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 용산역 등에도 투표소를 설치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출국장이 있는 3층 G카운터 뒤편에 투표소가 설치되며, 올해 처음 사전투표소가 설치되는 서울역과 용산역은 각각 3층 맞이방(대합실)에 투표소가 설치된다.

투표를 원하는 유권자는 신분증만 있으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관광업계에서도 변화해 가는 선거 문화에 발맞춰 사전선거제도를 관광객들에게 안내해 '선거와 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윈-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전북의 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봄철 여행 수요가 늘어난 시기에 선거를 치르다 보니 출발 시각 등을 늦출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손님이 있다.

이런 경우 출발 시각을 늦추는 대신 사전투표제도를 안내해 주고 있다"며 "이전보다 선거문화가 많이 정착되다 보니 문의가 늘어 미리 사전선거일과 투표소 위치 등을 확인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영 중앙선관위 주무관은 "최근에는 사전선거제도를 활용해 미리 투표를 마치고 선거일 당일에 여행을 떠나는 유권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8, 9일에는 사전 신고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사전 투표를 할 수 있으니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렵거나 다른 일정이 있는 유권자는 꼭 사전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