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때 진로 결정…2학년 올라가면 자격증 취득

취업난에 진로선택시기 빨라져
가장 인기있는 자격증 '변리사'
해외취업 희망 비율도 급증
청년 실업률이 12.5%에 이르는 유례 없는 취업난에는 서울대 학부생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4일 발표한 ‘서울대 학부생 진로의식 조사’에는 ‘변해야 산다’는 서울대생의 치열한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기업체 취업과 공무원시험 준비, 국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신 창업이나 유학, 해외 취업 등을 택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려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입학 이전부터 미리 인생을 설계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단독] 요즘 서울대생, 취업·창업 준비 2학년때 끝낸다

◆준비된 창업 늘어

진로의식 조사는 지난해 말 서울대 학부생 2만213명 중 표본 2000명을 대상으로 2년 만에 시행됐다. 2년 새 대기업 은행 공공기관 등 안정성이 높은 곳에 취업을 희망하는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박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소장은 “2013년에는 종전 조사(2009년)에 비해 공무원 및 공기업 지망 비율이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도전하려는 분위기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채용 실적이 떨어지자 스스로 창업하겠다는 학생이 많아졌다. 졸업 후 창업을 1순위 또는 2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 비중이 9.7%였다. 2년 새 2.2%포인트 높아졌다.

과거와 달리 ‘준비된 창업’도 늘고 있다. 창업 희망 학생 중 절반 이상(51.5%)이 입학 전 또는 1학년 때 창업을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창업 희망 학생 중 41.2%가 창업 아이템을 선정했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종전 조사보다 9.5%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재학 중 창업하겠다는 비중이 줄고, 졸업 시점에 맞춰 창업하겠다는 비중은 늘었다. 창업 시 희망하는 역할은 70%에 달하던 기획 및 영업마케팅 비중이 15%포인트가량 줄고, 개발 비율이 17.1%에서 23.5%로 상승했다. 막연히 창업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기술을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취업에 나서겠다는 학생도 늘었다. 1순위 취업 희망자 중 해외 취업을 지망하는 학생은 12.1%에 달했다. 2013년 말(8.3%)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전문자격증 준비도 병행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미리 진로를 택하고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20.6%)은 서울대에 들어오기 전에 진로를 정했다고 답했다. 이 비중은 2년 전(17.2%)보다 3.4%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3학년이나 4학년 때 공무원이 되려고 진로를 정한 학생 비중은 대체로 감소했다. 기업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중에서도 입학 전 진로를 정했다는 비중이 각각 5~7%포인트가량 늘었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은 1학년 이전에 진로를 결정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졸업 후 진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문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변리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을 최우선으로 준비하는 학생은 3.1%에 불과하다. 하지만 2순위를 포함해 전문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은 9.1%에 이른다. 2013년 말 6.3%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취업이나 대학원 준비와 전문자격증 취득을 병행하는 최근의 대학 풍토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은 변리사(48.4%) 공인회계사(38.7%) 세무사(3.2%) 등의 순이었다. 전문직은 최우선보다 차순위로 희망하다 보니 2학년 때(준비생의 33.9%)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학생이 많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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