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동생 노재우씨, 사돈 신명수씨가 나눠 냈다. / 출쳐= 뉴스타파
지난 2013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동생 노재우씨, 사돈 신명수씨가 나눠 냈다. / 출쳐= 뉴스타파
[ 김봉구 기자 ]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4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해외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밝혀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거의 유사한 케이스다.

페이퍼 컴퍼니란 조세회피 목적 등으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말한다.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두 전직 대통령 아들의 역외 탈세 및 자금 은닉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프로젝트 명단을 공개하면서 1차 대상자로 노씨를 지목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노씨는 2012년 5월18일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 ‘GCI 아시아’ ‘루제스(Luxes) 인터내셔널’ 등 3개 회사를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다. 3곳 모두 1달러짜리 주식 한 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로 보인다.

전재국씨와 동일한 조세회피처에 유사한 형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이다. 전씨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과 관련해 조사대상이 됐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해 상황이 똑같지는 않다.

노씨는 회사 설립 1년여 뒤인 2013년 5월24일에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공조 보도를 통해 당시 해외 조세회피처 페이퍼 컴퍼니 설립 한국인 명단이 밝혀진 직후였다.

노씨의 뒤를 이어 이사에 취임한 사람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원 아시아 인터내셔널, GCI 아시아)와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김정환(루제스 인터내셔널)이며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노씨는 “개인적 사업 목적으로 1달러짜리 회사를 몇 개 설립했지만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회사를 이용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명단은 ICIJ 주도 글로벌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졌다. 역외 탈세와 자금 세탁 분야 유명 로펌 모색 폰세카(Mossak Fonseca)의 내부 자료를 입수해 76개국 109개 언론사가 취재했다. 각국 정상 12명과 친인척 61명, 고위 정치인 및 관료 128명, 포브스 갑부 순위에 든 ‘슈퍼 리치’ 29명의 탈세와 자금 은닉 정황을 포착했다.

뉴스타파는 확보한 조세회피처 자료에서 발견한 한국인 195명을 대상으로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공적 보도가치를 고려해 순차적으로 공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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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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