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 지원금' 논란

지난해 한국노총에 32억 지원
대타협 파기에 "돈 받아놓고…"
올해 지원사업은 심사 보류
[세금으로 민주노총 돕는 서울시] 노동단체 지원금은 정부 '쌈짓돈'

“2015년에만 32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한다고?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을 끊어야 한다.”

올해 초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한 한국노총에 쏟아진 비판이었다. 요지는 “노동개혁에 협조하라고 정부가 지원금을 줬는데 한국노총이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것이다. 비판의 배후에 노사관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한국노총에 대한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고 노사관계 전문가 사이에선 오히려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정부가 생각하는 노동개혁이 겨우 32억원짜리였나”, “노동개혁 입법이 아무리 다급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노동계를 압박하는 것보다는 꼬인 노정관계를 푸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노동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사정에 따라 주고 말고 하는 ‘쌈짓돈’으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노동단체의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는 2010년 제정된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에 있다. 입법 취지는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노동단체를 지원하고 근로자 권익 향상 사업 등을 노동단체에 위탁한다는 것이었다. 국민 세금으로 특정 노동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노동단체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취지에 맞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면서 ‘한국노총이 돈 받아 먹고 사인 안 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조성한 게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한국노총이 지난 2월 신청한 올해 상반기 노사발전 사업 공모 심사 결과를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자주성도 중요하지만 재정적으로 독립이 어려운 노동조합 총연맹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며 “국가 차원의 노사관계를 위한 투자로 봐야지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 대가로 인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동단체도 자신의 조직을 위해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직 내 계파의 기득권보다는 청년 취업난 등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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