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센터장 "대기업·스타트업 손잡아야 '제2 삼성페이' 나온다"
“혁신을 게을리하면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도 한 방에 무너지지 않습니까. 한국 대기업이 혁신하려면 구글,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대기업처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합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사진)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삼성이 기업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바꾸겠다고 선포한 것은 스타트업의 탈권위적인 업무 방식이 혁신에 필수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디캠프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초기 투자를 위해 2013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출범한 창업지원 기관이다. 이날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는 설립 3주년 기념 성과 발표회가 열렸다. 디캠프가 지난 3년간 투자와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스타트업은 모두 3287개. 직간접 투자 금액은 2235억원, 누적 방문자는 17만명에 이른다.

디캠프는 올해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협업을 촉진하는 중개자 역할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래야 대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찾고, 국가 경쟁력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 삼성이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를 만든 것이 모범적 협업 사례”라며 “올해 하반기나 내년쯤에는 한국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센터장은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혁신기업도 내부적인 혁신에 의존하지 않고 스타트업을 인수해 외부의 혁신 동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제값을 주고 인수하는 것이 한국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관심과 투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중국 차관급 공무원이 디캠프 입주기업인 ‘이놈들연구소'에 들러 사업 설명을 듣고 “중국 진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 센터장은 “기술적인 내용까지 한참동안 질문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놈들연구소에는 이미 중국 벤처캐피탈이 투자했다. 김 센터장은 “재작년에는 궈타이밍 대만 폭스콘 회장이 디캠프를 두 차례 방문해 한국의 스타트업 열기를 확인하고 컴퓨터 1억원어치를 기부하고 갔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작년 1월부터 디캠프를 운영해 올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의 사무실엔 ‘센터장’ 직함에 어울릴 법한 널찍한 책상이나 으리으리한 방이 없다. 대신 정사각형의 회의용 탁자와 의자 여러 개가 놓여 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일하고자 하는 김 센터장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이 탁자에서 직원들과 짜장면을 먹으며 회의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지원센터이니 우선 리더부터 스타트업처럼 일해야 하지 않겠어요.”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