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근 손모씨 폐기물 사업 수주와 금품거래 관련성 추궁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허준영(64) 전 코레일 사장이 31일 오전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허 전 사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그동안 명예훼손이 도를 넘었지만 말을 아끼다가 한 말씀 드린다"며 "이 사건은 자유총연맹에 해악을 끼치다가 퇴출 당한 자들과 저를 몰아내려는 자들의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허 전 사장은 "철도부지 매도자로서 악조건 속에서도 국가와 국민, 용산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용산 개발 사업을 살려 왔지만 퇴임 후 사업이 무산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모씨가 하청사업 일부에 개입한 정황은 전혀 몰랐다"며 사건 연루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부디 충신을 역적으로 모함하는 이땅의 불의를 응징해 달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허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허 전 사장은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던 2012년∼2013년 측근 손모(구속)씨로부터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허 전 사장은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으로 있던 최근까지도 손씨와 의심스러운 금전 거래를 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금품거래가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손씨가 실소유했던 W사는 용산 사업의 건설주관사였던 삼성물산으로부터 폐기물 처리 용역 사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100억원이 W사에 용역비로 지급됐고 손씨는 W사에서 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손씨는 위장 하도급 거래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카지노 등에서 쓴 돈을 제외한 일부 금액을 허 전 사장에게 건넨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W사의 폐기물 처리 사업 수주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손씨가 허 전 사장에게 금품을건넨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허 전 사장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W사의 수의계약에 입김을 넣은 것은 아닌지, 손씨와 부정한 금품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청장을 지낸 허 전 사장이 비리에 연루됨에 따라 경찰 총수 출신 인사와 검찰의 악연도 이어지게 됐다.

앞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발언 파문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택순 전 경찰청장은 '박현차 게이트'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대기업 보복폭행' 사건으로 각각 검찰에 출석한 바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용산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천8천3㎡를 개발하는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리며 관심을 모은 이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여러 차례 계획이 변경됐고 1대 주주인 코레일과 출자사 간의 갈등, 자금난 등이 불거지면서 2013년 4월 무산됐다.

(서울연합뉴스) 안희 이보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