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뒤숭숭하다. 민영진 전 KT&G 사장이 지난 5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데 이어 백복인 현 사장까지 같은 혐의로 31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지금까지 KT&G 내부에서 승진한 사장 3명이 구속됐거나 검찰 수사 물망에 올랐다. KT&G의 한 관계자는 30일 “인사가 안에서만 돌고 도니 윗사람이 불법을 저질러도 눈감을 수밖에 없다”며 “매번 문제가 생겨도 꼬리 자르기만 하다 보니 고인 물이 썩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KT&G 역대 사장 중 내부 승진한 사람은 총 5명이다. 2002년 KT&G가 민영화된 이후에는 백 사장까지 사장 4명이 모두 내부 승진자다. 내부 인사 출신 사장 1호는 김재홍 전 한국인삼공사(현 KT&G) 사장이다. 퇴임 이후 KT&G 복지재단 이사장 시절 유동천 당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민 전 사장에 이어 취임사부터 ‘투명·윤리 경영’을 외쳤던 백 사장까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KT&G 측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검찰에 따르면 백 사장은 마케팅 본부장으로 있던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외국계 광고 기획사 J사와 그 협력사 등에서 광고 수주 및 계약 유지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5500만원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민 전 사장과 백 사장 모두 마케팅 본부장을 거쳐 사장이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본부장은 사장 승진을 위한 필수 코스”라며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은 핵심보직이지만 그만큼 유혹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