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상 원장 "맞춤형 서비스로 고용률 70% 달성해야죠"
2006년 3월 개원한 한국고용정보원은 수년간 인사 문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고용정보원이 2014년 바뀌기 시작했다. 2013년 12월 ‘한국 고용보험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길상 원장(사진)이 부임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고용정보원 상급기관인 고용노동부조차 골치를 앓던 조직을 유 원장은 단 1년 만에 ‘공공기관 혁신 1번지’로 바꿔놓았다. 취임식을 업무계획 프레젠테이션으로 대신한 그는 매일 연구원들을 불러 “이 연구를 왜 하느냐” “연구 의미와 취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매주 부서별 경진대회를 여는 등 조직을 몰아쳤다. 수십 차례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전 직원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삼진아웃제’를 도입했고, 2014년에는 박사연구원 세 명을 내보냈다.

직원들로선 고달픈 시간이었지만 혁신의 열매는 달았다. 고용정보원은 2014, 2015년 2년 연속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2006년 개원 당시 약 20만명이던 워크넷(고용정보 사이트) 하루 방문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75만명까지 늘었다. 워크넷을 통한 취업성공 사례는 2012년 100만건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91만건에 달했다. 직원들이 유 원장을 ‘저승사자’가 아니라 ‘산타클로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의 변화를 겪은 고용정보원이 31일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난 유 원장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목표는 ‘고용서비스 인프라 구축’이라고 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거잖아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선 고용서비스 인프라를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57개나 되는 청년일자리 사업도 고용상담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맞춤형 고용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독일 영국 등 선진국보다 부족한 고용서비스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 공공 고용센터 숫자는 86곳, 상담인력은 5000명 수준입니다. 고용센터 상담원 1명이 8000명이 넘는 사람(경제활동인구)의 고용서비스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은 고용상담원 1인당 경제활동인구가 368명, 영국은 384명, 캐나다는 1158명이다.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유 원장은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무실에 있든, 집에 있든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연구 결과물이나 업무 성과가 중요한 것이지요. 이제는 ‘워크 하드(work hard)’가 아니라 ‘워크 스마트(work smart)’가 맞다고 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